[허심탄회] 가장 추운 날에도 따뜻함을

연말이 되면 화려한 장식들이 도심의 길을 밝힌다. 캐럴이 울려 퍼지는 도심의 사람들 손에는 쇼핑백 또는 핫팩이 하나씩 있다. 연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크리스마스 시즌 세일 기간인가? 다가올 설날 때문에 가족을 챙기느라 바쁘고 얼굴도 모르는 친척을 봐야 하는 귀찮은 시기인가? 애인과 특별한 데이트를 하는 기간인가?

어렸을 때 홀리데이 스피릿에 대해서 배웠다. 연말에는 사랑하기, 용서하기, 베풀기. 바쁘게 일하느라 챙기지 못한 가족들을 사랑하고 갈등이 있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그들을 용서하며 자신보다 더 차갑고 외로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베푸는 것이 연말에 해야 하는 도리라고 배웠다. 유년기에 학교에서 주최하는 여러 연말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장난감과 책을 고아원에 기부하고 동네의 복지원에 음식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의 연말 밥상에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 불우한 이웃들도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목도리, 모자 그리고 장갑을 걷어서 커뮤니티 센터로 보냈다. 베푸는 사람들과 도움을 받는 사람들 모두 기부 활동으로 더 뜻 깊은 연말을 보낼 수 있었다.

현실에는 연말에 백화점에서 갑질하는 손님들, 연인이 없다고 외로워하는 싱글들, 춥다고 앞만 보며 옆을 살피지 못하는 행인들, 그리고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이들이 많다. 우리는 백화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챙길 가족과 연말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싱글이라는 이유로 주변에 있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주는 위안을 경시한다. 자신이 춥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꽁꽁 언 손과 발은 생각하지 않는다. 사상적이고 이론적인 다툼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진정 어떠한 실천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오히려 연말에 사람들은 더 이기적인 것 같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종강만을 바라보며 기말고사 준비에 바쁘다. 겨울 방학 때 즐길 여행을 계획한다. 종강 파티와 동아리 공연으로, 총학생회 선거로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연말에도 대학생들의 토론은 활발하다. 하지만 우리는 안락하게 토론만 한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말 누구인지, 그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모른 채 따뜻한 강의실에서 패딩 입고 토론만 한다. 배움과 의견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행동은 집회나 학회가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피부로 느껴보며 그들을 위해 발로 뛰는 것을 의미한다.

연말은 우리의 넉넉함을 나누는 시기다. 항상 기부 활동을 하고 봉사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연말, 한 해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기간, 가장 춥고 외로울 수 있는 이 기간만큼은 우리 주변을 돌아보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야 한다. 새 출발을 힘차게,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들에게 따뜻함을 품어주어야 한다. 사회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활력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이러한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약자들에게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원래 사람은 힘들어질 때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다. 추운 겨울, 따뜻한 곳만을 찾지 말아보자. 도시의 구석에 있는 어둡고 추운 곳에도 가보아야 우리는 눈을 뜰 수 있다. 눈이 오고 차가운 비가 내려도 장갑도 없이 폐박스를 줍는 어르신, 난방 시설이 없어서 벽이 얼어 있는 집에서 혼자 부모님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 세상에 따뜻한 한 폭의 공간도 없어 이리저리 쫓기는 집 없는 분을 볼 수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대학생들이 하는 논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차갑고 어두운 곳에 갈 때는 꼭 핫팩 몇 개라도 챙겨서 가라.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이지영 기자
cooljlee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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