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를 향한 우리의 진정한 ‘응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의 기승을 떨쳐내고 5년 만에 개최된다. 대회가 1년 연기된 만큼 새로운 기회를 받은 선수들도, 1년간 더욱 많은 땀과 눈물을 쏟은 선수들도 있다. 기존에 강세를 보이던 종목도, 최근 선수들의 선전으로 새롭게 효자종목으로 떠오르는 종목도 존재한다. 종합 3위를 차지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며 경기를 시청하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정상을 유지하라, 태극전사여

 

언제나 국제하계대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종목은 축구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의 관건은 하나다. 바로 ‘이강인’이다. 프랑스 리그앙의 가장 강력한 팀인 파리생제르망에서 뛰는 이강인 선수는 축구 팬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키포인트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팀 입장에서는 부상의 위험도도 높고 리그 진행에도 차질이 생기는 국가대표 차출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명단에 이강인을 올려놓고 감독이 한 선수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달갑지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다행히 극적으로 차출이 승인됐지만,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대회인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흥민 선수의 군 면제 특례와 관련하여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었던 지난 대회도 가장 큰 쟁점은 축구 대표팀의 금메달이 아닌, 손흥민의 병역특례였다. 다행히 자카르타에서는 황의조 선수와 대표팀의 맹활약으로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짜릿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해외 리거와 K리그의 대표선수들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구성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통해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길 기대한다.

 

국가대표팀의 마지막 시험대

 

야구계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야구 대표팀은 개막 이전부터 큰 암초를 맞이했다. 도쿄 올림픽 대참사와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실패로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는 만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층으로 명단을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메이저리거인 김하성 선수 등의 호화로운 라인업으로도 세대교체와 결과 차원에서 모두 실패한 WBC 직후의 국제 무대인 만큼, 메달권은 물론 1위를 바라는 팬이 많다.

실망스러운 결과의 연속으로 선수들은 성적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물론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 상실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지금의 여론이다. 정규시즌이나 대회 기간에서의 음주 문제 등 선수들의 사생활 논란이 심심찮게 일어나며 팬들을 실망하게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실제 전력이 과거에 비교해 상당히 밀리며, 압도적인 금메달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는 실력과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한국 야구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는 상황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3번 연속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 최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대한민국 대표팀이다. 최초로 KBO리그가 중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대회,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진정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때다.

 

새로운 도전, 밝은 미래

 

축구와 야구 외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 많다. 올림픽에서 보지 못하는 종목들이나 조금은 생소한 종목도 아시안게임에서 의외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육상종목 4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한 우상혁 선수와 근대5종에서 강세를 보이는 전웅태 선수를 꼽을 수 있다.

네트형 스포츠에서는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신유빈 선수도 탁구에서 메달권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탁구 여자복식 세계랭킹 1위의 신유빈 선수는 작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이슈로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면서 다시금 기회를 얻어 주목받았다.

지난 대회에서 예상외로 아쉬운 결과에 그쳤던 e스포츠 분야에서도 대표팀이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간판선수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부상인 상황이지만, 대표팀은 5년 전 중국에 밀려 2위에 그쳤던 기억을 잊고 정상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체스 종목에 출전하는 최연소 11세의 김사랑 선수와 브릿지 종목의 73세의 임현 선수 등 다양한 나이대의 많은 선수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

 

올림픽의 그림자 속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관점은 올림픽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단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바로 국민의 인식 그리고 응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아시안게임은 국가대표 선수단의 관심이 가장 적은 대회다. 한편 출전국이 아시아로 한정되어 있기에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치만큼은 어느 때보다 높기도 하다.

메달이 주는 의미도 조금 다른데, 올림픽 메달의 획득은 국위선양으로 평가된다면 아시안게임 메달은 고정값이다. 동아시아 3국이 비교적 강세를 보이는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 획득은 당연하다면서 금메달이 아닌 다른 메달에는 관심을 쏟지 않는 것이다. 획득하는 메달의 개수가 올림픽보다 압도적으로 많긴 하나, 3위권 안에 드는 것이 결코 쉽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일명 ‘금메달병’이라는 이런 집착은 언론에서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의 메달 관련 보도와 영상 하이라이트는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이며 ‘깜짝 등장한’, ‘인간 승리’로 수식되는 선수들도 모두 금메달리스트였다.

금메달에 대한 압박은 선수들에게 더욱 크게 작용한다. 특히 국제대회 메달에 달린 군 면제 혜택은 아시안게임에서 더욱 치열하다. 올림픽에서는 메달권에 들기만 한다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1위만이 특례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선수들에게도 큰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병역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선수 경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 금메달을 향한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과연 메달의 색깔이 선수들을 비판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물론 불성실한 스포츠맨십과 대표의식이 결여된 모습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허나, 순위만을 이유로 선수들에 대한 악플과 맹목적 비난을 일삼는 것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올바른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필자도 여러 운동을 취미로 즐기며, 경기를 시청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어이없는 실책이나 일명 ‘본헤드 플레이’를 보면 순간 욱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본질적인 마음은 응원과 지지에서 오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부상으로 안타깝게 출전이 무산된 이정후 선수는 올해 초 WBC 한일전 참패 이후 인터뷰에서 “일본에 설욕하는 것보다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본에 진 대한민국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선수들의 발전과 실력 향상을 위해 진심을 담은 응원과 지지 그리고 건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재원 기자

kb111511@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