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천사를 가장한 악마

일상을 공유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거액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1인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게임 ▲음식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가 경쟁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한 채널은 탄탄한 ‘랜선집사’ 구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요즘은 고양이와 강아지를 넘어 햄스터, 고슴도치 등 유튜브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반려동물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유튜브 채널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최근 12개월간 채널의 공개 동영상 시청 시간은 4,000시간 이상’, ‘구독자 수 1,000명 초과’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자격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받아 광고를 삽입할 수 있게 되고, 조회수 1회당 1원~10원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조회수가 크리에이터의 수익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영상 표지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회수를 늘리기도 한다.

이런 매력에 이끌려 유튜브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유튜브 채널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물들을 학대한 뒤 콘텐츠를 생산해낸 한 채널 운영자들의 실체가 폭로됐다. 해당 채널은 약 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채널이었다. 운영자들은 펫샵에서 분양받은 고양이들을 마치 자신이 구조한 유기묘인 것처럼 꾸며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한, 4,000원에 사 온 햄스터는 케이지 없이 고양이들 사이에 방치됐고, 두개골이 물려서 죽는 비극을 맞이하기도 했다. 해당 일화는 친구가 키우는 햄스터가 집에 놀러 온 영상으로 편집 및 게시됐다. 이외에도 “어떻게 나한테 맞으면서도 나를 좋아할 수 있지?”와 같은 운영자의 발언과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고양이들에 대한 목격담도 제보됐다.

고양이들에 대한 학대 행위는 모두 채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양이들을 ‘개냥이’, 즉 사람들 잘 따르는 고양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촬영 전에 일부러 굶기는 등의 방법으로 학대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폭로자가 운영자들과 함께 채널을 관리할 당시, 해당 채널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는 카톡 내용도 있었다. 이외에도 구독자를 ‘광신도’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을 하는 등 운영자들의 목적은 오직 ‘돈’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명의 운영자 모두 일반인이 아닌 수의대학에 다니는 ‘예비 수의사’라는 점이다. 그들은 “동물을 너무 사랑하면 돈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현재는 유기 동물을 돌보는 좋은 이미지를 통해 돈을 벌고 졸업 이후에는 대형 동물병원을 개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누구보다도 동물들을 소중히 다뤄야 하는 사람들이 감히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 사람들은 극도로 분노했다. 이번 사건은 카메라 뒤에 숨어 있던 진실을 밝혀 동물들을 구할 수 있게 해줬지만, 한편으로는 착한 가면을 쓴 또 다른 카메라와 채널 뒤에 학대를 받으며 숨죽이고 있을 다른 동물들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박정윤 동물병원장의 말을 인용해본다.

 

“영리한 빅픽처를 꿈꾼 그는 모른다. 수의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 (…) 진심 어린 충고다. 동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수의사 하지 마라. 그전에 먼저 동물을 아껴주는 보호자가 되길 바란다.”

 

 

김민지 기자

minji11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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