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은 오늘

▲슬픔 ▲행복 ▲분노 ▲두려움 ▲기대감 ▲침착함 ▲활기찬 ▲부러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처럼 사람의 감정은 모두 설명할 수 없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이 많은 감정을 골고루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궁극적인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부각하는 반면에 ‘슬픔’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는 한다.

‘울지 마’, ‘울면 안 돼’ 울고 있는 누군가를 달래줄 때 종종 사람들이 쓰는 문장이다. ‘울어도 괜찮아’, ‘마음껏 울어’라는 위로를 듣기보다는 ‘울음’이라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말을 훨씬 많이 사용하고는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슬픔’을 표현하는 긍정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슬픔’은 하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이다. 더 나아가 ‘슬픔’은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 라일리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아이이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불필요하고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라일리는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더 행복해지는 방법만을 찾았지만 상황은 더욱 부정적으로만 흘러갔다. 그러나 라일리는 자신의 감정이 ‘행복’이 아닌 ‘슬픔’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분출함으로써 안정감을 얻고 비로소 진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슬픔’은 배제돼야 하는 감정으로 여겨진다. 이는 부정적인 생각은 계속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온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때로는 백 마디의 예쁘고 아름다운 말들이 가득한 조언보다 한마디의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조언이 마음을 위로할 때가 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억지로 좋은 일을 만들기보다는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 한바탕 우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데, 슬픔도 그러한 감정 중 하나다.

또한 사람들은 무기력함을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행복한 일을 만들거나 찾고는 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은 근래 들어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어이다. 사람들이 소확행을 추구하는 이유는 공허함과 슬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진실 된 감정을 애써 외면하고, ‘행복함’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공허함을 어떻게든 메우려는 시도인 셈이다.

행복한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다.

억지로 행복한 것을 만들고 찾아가는 것보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 좌절하고 우울해하는 것도 괜찮다 ‘슬픔, 울음은 일생의 문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줘’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의 대사와 같이 슬픔은 문제의 중심에서 나와 멀리서 바라봐 내가 놓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준다.

행복하지 않은 오늘이어도 괜찮다.

마음껏 울어도 좋다.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세상에 등 돌려도 괜찮다. 슬픔은 결코 나쁜 감정이 아니다. 부정적인 것이 아닌 하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이다.

슬프고 우울한 오늘이어도 괜찮다.

그 감정이 오늘 나의 감정이라면 언제든지 그러한 하루여도 괜찮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행복한 모습이 아닌, 온전한 내 감정에 귀 기울여 자기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감정을 찾아가는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

 

박효정 기자

jenny087@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