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100년 전통의 노벨상, 100년 미래의 노벨상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은 무엇일까?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지만, ‘노벨상’이라는 대답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의 개발자로 유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만들어졌다. 자신이 개발한 다이너마이트가 살상 무기로 이용되자 회의를 느꼈던 노벨은 ▲물리학 ▲화학 ▲문학 ▲생리의학 ▲평화 5가지 부문에서 인류의 문명 발달에 기여한 사람에게 유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수상할 것을 유언했다.

이에 따라 1901년 노벨상 시상이 시작됐으며, 1968년 노벨경제학상이 추가되며 현재의 6가지 분야가 만들어졌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매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평화상만 같은 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된다.

첫 시상 이래 123년 역사를 맞이한 올해 노벨 수상자가 지난 10월 2일부터 일주일간 발표됐다. 이에 정경대 학우가 관심을 둘 만한 부문인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를 알아봤다. 앞으로의 노벨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보고자 한다.

 

노벨평화상: 니르게스 모하마디

 

노벨평화상은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에게 수여됐다. 이란 정부에 의해 수감된 상태에서 평화상을 받은 모하마디는 이란 정부의 여성에 대한 탄압에 맞서 투쟁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이란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했다. 이에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모하마디는 ‘아미니 시위’와 같이 이란 내 여성 인권 증진과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를 이끌다 주장하다 투옥된 상태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모하마디가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우고 모든 이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이번 평화상 수상으로 이란 인권운동이 계속되도록 격려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벨경제학상: 클로디아 골딘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골딘의 수상은 경제학상에서 첫 여성 단독 수상이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남녀 간 임금 격차 ▲직무 불평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골딘은 200년 이상 축적된 미국 노동시장 자료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의 시대별 패턴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했지만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를 규명했다.

골딘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가정을 돌보기 위해 고소득에 높은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job)’ 대신 근무 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만 임금이 낮은 ‘유연한 일자리(Flexible job)’를 선택하면서 남성과 임금 격차가 심화됐다. 이에 따라 골딘은 성별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소득·고강도 근무 문화를 더욱 유연하게 하되, IT기술을 활용해 유연한 일자리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골딘은 수 세기 동안의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효과적인 설명을 제시했다”며 “그녀의 연구는 새로운 역사적 패턴을 밝히고 변화의 원인을 파악할 뿐 아니라 남아있는 성별 임금 격차의 주된 원인도 규명해 냈다”고 밝혔다.

 

노벨문학상: 욘 포세

 

문학상 수상자는 ‘북유럽의 거장’으로 불리는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였다. 포세의 희곡은 현대 연극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며 포세의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1959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포세는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해 1990년대 이후에는 시, 희곡 등을 썼다. 포세의 작품이 주로 다루는 것은 가족관계와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볼 수 있는 인생, 사랑과 죽음 같은 보편적인 모습이다. 포세는 인물 사이의 관계 속 평범함과 보편성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경건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국내에는 ▲〈아침 그리고 저녁〉 ▲〈보트하우스〉 ▲〈가을날의 꿈 외〉 등의 작품이 번역·출판됐다.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노벨상이 되려면

 

올해 123주년을 맞이한 노벨상은 6개 분야에서 인류에게 역사적 공헌을 한 학자들에게 시상하며 그 권위를 쌓았다. 그중에는 1964년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1965년 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 많다. 하지만 노벨상도 시대가 바뀜에 따라 시상 분야나 조건 면에 변화를 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회 변화와 과학기술의 진보에 발맞춰 현재 세 부문으로 돼 있는 노벨상 과학 분야의 수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저명한 천문학자 마틴 리스는 노벨상이 ▲환경과학 ▲컴퓨팅 ▲로봇공학 ▲인공지능은 다루지 않는다며 “노벨상의 명성을 감안할 때 이런 배제는 어떤 과학이 중요한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자연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특성상 공동 수상자 수도 현재 최대 세 명에서 더 늘려야 한다.

사후에는 수상할 수 없거나 취소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편견 혹은 수상 방해로 인해 상을 받지 못한 경우 사후 수상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그와 반대로 당시에는 과학적 성과로 인정됐던 발견이 위험한 것으로 밝혀지거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한 인물에게는 수상을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

프리츠 하버의 화학상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독일의 화학자인 하버는 질소를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한 공로로 19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 기술이 인공비료 개발을 가능케 한 수십억 명의 생명을 살린 위대한 기술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하버는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대량 살상 화학무기를 개발해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반인륜적 학살 행위를 도왔다. 이는 “인류의 문명 발달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하라”는 노벨의 유언과 맞지 않는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노벨상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역사 속 ‘문명 발달’, ‘인류의 복지’의 개념과 학문의 범위가 변했다. 이에 따라 노벨상 또한 변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벨상의 변화가 ‘문명 발달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자에게 수여하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인형진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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