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과 배상 사이의 보훈제도

▲현충일 ▲6·25 전쟁일 ▲제2연평해전일 등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희생한 국가유공자를 추모하고 공헌에 보답하는 업무는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 소관에 있다.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외에도 국가 차원의 보상이 필요한 이들을 보훈대상자로 선정해 다방면으로 지원한다. The HOANS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잘 알려지지 않은 보훈제도와 이를 둘러싼 논쟁을 정리해봤다.

 

보훈제도의 내용과 역사

우리나라의 보훈제도는 지원 대상 확대 및 보상 성격의 변화 과정을 거쳐 근대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보훈제도의 역사는 1950년 군사원호법, 1951년 경찰원호법 제정에서 출발했다. 초기 보훈사업은 조직적인 체계 없이 현 보건복지부인 사회부를 중심으로 국방부와 내무부 등에 나뉘어 시행됐고 보훈대상자는 전쟁희생자 중심이었다. 오늘날의 보훈 개념은 박정희 정부서 격상된 군사원호처가 보훈처로 개칭된 1984년 등장했다. 새로 제정된 국가유공자예우등에 관한 법률은 피해 구제의 대상을 ‘원호대상자’가 아닌 존경의 대상 ‘국가유공자’로 제시하며 정신적·사회적 예우를 포함한 보훈정책을 규정했다. 오늘날 보훈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제정된 국가보훈기본법의 기반 하에 발전해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보훈처에 의해 예우보상을 받는 보훈대상자는 크게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특수임무유공자 ▲제대군인으로 분류된다.

보상의 방식과 정도는 보훈대상자가 속한 분류 및 상이등급에 따라 다르며, 그중 보훈급여금은 보상금과 수당의 형태로 월마다 지급된다. 수당은 ▲생활조정수당 ▲간호수당 ▲부양가족수당 ▲중상이부가수당 등으로 구분돼 선정기준에 부합한 신청자에 한해 월액으로 제공된다. 유공자 및 유족은 수업료를 면제하는 교육 지원이나, 가점 취업 및 보훈특별고용 등이 주어지는 취업 지원도 신청 가능하다. 이외에도 보훈대상자에게는 의료지원을 통해 보훈병원 및 위탁병원서 국비진료를 받거나 대상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등의 지원이 주어진다.

 

국가유공자 선정,구멍은 없나

보훈처는 지속해서 보훈대상의 범위를 확대하고 보상금 및 수당을 인상하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도 보훈처 예산 약 5조 6천억 원 중 보상금 및 수당에 편성된 예산은 약 4조 3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액된 금액이다. 지난 3월 제5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전상군경에 지급되는 전상수당을 내년 올해의 5배인 632억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예우 및 지원의 내용을 결정하는 보훈대상자 선정 및 상이등급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심이 쏠린다. 국가유공자는 본인 또는 유족이 관할 보훈청에 등록신청서를 제출한 뒤 보훈심사위원회의 국가유공자 해당 여부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전상군경과 같은 상이자는 보훈병원서 신체검사를 실시해 상이등급이 인정될 경우 대상자로 선정된다. 등급에 따라 보훈급여금을 포함한 지원 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가령 홀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1~3급의 국가유공자는 매달 약 30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되는 한편 6급은 100만 원, 7급은 50만 원 수준으로 금액이 낮아진다.

그러나 계속해서 보훈대상자 등록 및 선정 절차에 문제가 제기됐다. 신청주의 절차상 법률 및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피해자가 업무와 상이·사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질환은 발병 시기를 특정하거나 사회생활에 장애가 되는 정도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천안함 생존 전역자 전준영 씨는 2011년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탈락한 뒤 두 번째 신청인 2019년에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상이등급 7급이 인정됐다. 표창원 전 국회의원은 “보훈법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할 수 없다’는 민사 원칙을 들이댈 수 없다”며 신청주의 원칙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요구임을 비판했다.

한편 2015년에는 상이등급 상향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전 보훈병원 의사와 6급 수준의 부상을 2급으로 판정받아 보훈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상이군경회 이사가 입건됐고, 작년 1월 보훈처는 2015년 당시 보훈처가 상이등급 허위 판정이 의심된 상이군경회 간부에 대한 재판정 의뢰를 거부했음을 발표했다. 이후 보훈처는 부정이 의심되는 상이등급자 재판정 신체검사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대상 질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전우회 핵심 간부의 직권 유지 ▲등급 하락 판정기준 불명확 등의 논란이 남아있다.

 

보훈급여금, 보상인가 배상인가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에 주어지는 보상 역시 쟁점이다. 현 보훈제도상 보상의 내용은 ▲공헌에 대한 예우보상 ▲신체손상 및 희생에 대한 배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때 양자를 명확히 구분해 신체손상이 없다면 예우 중심의 보상을 제공하고, 신체손상 시 손상과 보상 간 비례성을 높여 효율적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또 우리나라는 가장 광범위하게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를 지정한 국가로, 범위가 넓어 일관된 보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훈법제가 통상 포괄하지 않는 대상자는 보훈법이 아닌 개별 입법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이유다.

보상과 관련해 특히 보훈급여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훈제도 내 생계보전 개념의 보상체계가 발달하면서 ▲대상자 간 형평성 ▲일반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가 논의되고 있다. 가령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를 구분하는 기준인 군인·경찰·소방공무원의 상이 혹은 사망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되는지 여부가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유해환경 작업장인 탄약정비대서 근무하다 림프종양 3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중 사망한 군인에 법원은 “직무수행과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해당 직무수행이 주원인이 된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해 보훈보상대상자 중 재해사망군경으로만 인정한 바 있다. 보훈보상대상자는 지원 규모가 국가유공자의 약 70% 수준인 만큼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편 보훈급여를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계산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는 사회보장제도와 보훈제도 간 관계 정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보훈급여금은 공헌에 대한 보상이므로 보편적 생활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은 별도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20대 국회서도 관련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5차례 발의된 바 있다. 이에 김문식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총괄과장은 “보훈급여 전액공제 시 타 공적연금 수급자 등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완적 지원은 별도의 정책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유공자 생계지원이 사회보장제도로 일원화되지 않는 한 생활조정수당의 수급범위 확대 및 생활 수준을 반영한 산정기준 마련과 같은 보훈제도의 마련으로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훈제도의 앞날은

국가유공자 보훈 문제는 일반 국민의 관심도나 지식이 낮은 분야에 속한다. 현 정권서 예우보상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만큼 사회 일반 역시 보훈 현황과 정책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 규모뿐 아니라 사회보장 체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보훈제도는 정치적 중요성을 가진다. 예우보상과 관련한 거짓 정보 확산 및 갈등을 지양하고 제도의 합리적 시행과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윤진·오성원 기자

kimblos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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