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공모주 청약, 희비 엇갈린 투자자와 기업들

지난 7월 말에서 8월 초, ‘공모주 슈퍼위크’가 진행됐다. 청약 경쟁이 치열한 만큼 투자자와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한창 활황을 보이는 공모주 시장의 흥행 이유와 현황, 그리고 불안한 이면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7월 말에서 8월 초,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대형 공모주의 일반 청약이 대거 몰리는 이른바 ‘공모주 슈퍼위크’가 진행됐다. ‘공모주 불패론’의 신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지난해부터 공모주 시장의 수요가 증가함과 동시에 올해 공모제도가 투자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되면서 공모주 청약이 급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이 과열되며 오히려 손실을 본 투자자가 늘어나자 공모가 산정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공모주 청약이란

 

공모주 청약이란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권 시장에 상장되는 경우, 일반인으로부터 청약을 받아 주식을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시장에서 거래 중인 기존 주식은 거래 시점에 수익률의 영향을 많이 받아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에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반면 공모주는 정해진 신규 상장일에 거래를 시작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일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주식의 경우 신규 투자자가 기존 투자자보다 정보가 부족하지만 공모주 투자의 경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투자자가 비교적 균등한 정보 수준에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기존의 공모주는 거대 자본을 가진 투자자에게만 실익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올해 대대적인 공모제도 변경으로 소규모 자본을 가진 투자자도 의미 있는 이익을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만들어졌다. 전체 모집 주식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신청한 주식 수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배분하는 균등 배정이 바로 그것이다. 균등 배정 제도에서는 특정 기업의 공모주를 얻기 위해 임의의 금액으로 청약하면, 경쟁률에 따라 투자액에 해당하는 비율의 주식을 배분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행 가격이 2만 원인 공모주를 100만 원으로 청약할 경우, 청약 증거금률이 50%이므로 보유한 현금의 두 배인 100주를 청약할 수 있다. 그러나 청약한 100주를 전부 배정받는 것이 아니라 신청한 주식 수를 10:1의 경쟁률로 나누면, 10주만 받고 배정받은 주식 가격 2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80만 원은 환불받는다. 이에 따라 공모주 시장에서의 소액 투자가 가능해져 주식 초보자 혹은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의 시장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아졌다.

 

공모주 열풍, 눈치게임 한창

 

지난해 주식시장 전반의 활황과 함께 공모주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참가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활황을 보였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개인 청약률 대비 수익률을 분석했을 때, 개인 청약률이 800대 1을 초과한 경우 상장일 공모주 수익률이 86.7%로 뛰어올랐다. 올해 IPO 절차를 거쳐 상장한 신규 종목 가운데 이른바 ‘따상’ 종목도 지난 7월 기준 11개로, 2015년 6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따상 종목이란 공모가의 2배의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상승해 첫 거래일을 마감한 종목으로 공모주 투자의 이상적 상황으로 일컬어진다. 이렇듯 시장의 흥행이 지속되자 더욱 큰 규모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급격하게 공모주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공모주 시장에 개인투자자가 빠른 속도로 모여들자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개입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20일부터 공모주 균등 배정 정책의 취지를 살려 일부 개인투자자가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는 중복 청약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는 공모주 청약 배정을 할 때 청약자의 중복 청약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동일한 투자자가 같은 공모주에 여러 번 청약하더라도 가장 먼저 접수한 청약에 대해서만 청약 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한편 공모주 시장 열풍의 여파로 기업들도 앞다퉈 자사 기업공개에 나섰다. 지난 7월 말에서 8월 초 카카오뱅크를 필두로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SKIET 등이 연이어 상장해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이번 청약을 통해 58조 원이 넘는 증거금을 걷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반면 크래프톤은 청약 첫날에 증거금 1조 8,000여억 원을 모아 비교적 부진한 성과를 냈다. 이에 일각에선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과 함께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평가 부르는 허술한 공모가 산정

 

대형 기업들이 하나둘 공모주 시장에 진입하면서 청약이 더욱 경쟁적으로 변함과 동시에 공모가도 폭등하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공개에 나선 기업들의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모가 선정 방식 자체가 허술해 투자액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공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가는 상장 기업과 상장 주관사가 결정하며, 이때 사업 구조나 업종이 비슷한 기업들을 비교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산출, 수요 예측과 함께 공모가를 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치 산출 방식에 대한 제도적 공백이 공모가의 고평가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었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은 해외 기업을 가치 산출 비교 대상으로 제시해 논란을 키웠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사업 모델과 시장 지위 차이로 국내 비교는 불가능하다”며 국내 기업과 비교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매출액이 최대 64배 가까이 차이 나는 페이팔홀딩스 등 글로벌 금융 플랫폼 세 곳을 성장성을 근거로 비교 대상에 넣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렇듯 비교 그룹 선정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기업가치가 부풀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흔들리는 ‘공모주 불패론’

 

앞서 살펴본 크래프톤의 사례와 같이 공모주 청약이 항상 성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증권은 ‘IPO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시장에서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1분기 이후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올해 상반기 상장한 57개 기업 중 ‘따상’을 기록한 11개의 과반인 6사 주가가 시초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공모주 흥행 실패가 계속되자 투자만 하면 수익을 얻는다던 시장의 ‘공모주 불패론’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는 올해 기업공개가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만큼 섣불리 투자할 필요가 없으니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등의 기본 요건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른 한편으로 적정한 공모가 형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의 개인투자자 증가와 수요예측제도의 평가’ 보고서를 통해 개인 청약 이후 공모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모주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만큼 이들의 수요 역시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홍콩과 대만, 일본 등에서는 수요예측과 함께 공모를 진행한 뒤 공모가를 확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공모주 불확실성에 투자자 외면 않게

 

공모주 균등 배정은 공모주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상당히 개선하고 시장으로의 막대한 자금 유입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과열된 시장에서 모든 투자자와 기업이 웃을 수는 없었다. 한편 과열된 시장은 공모가 산정 과정에 잠복해있던 문제도 드러냈다. 공모가의 거품 문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손실을 본 투자자의 공모주 시장에 대한 외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모주 시장에서 희비가 가려지는 시점에서 투자자와 기업에는 신중한 선택이, 정부에게는 공모가의 현실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혜지·손성진·이정윤 기자
chj041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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