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사법 논란,’ 대학의 현 위치는 어디인가

지난 학기 대학가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를 이야기해 보자면 단연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과 관련한 일련의 논란을 꼽을 수 있다. 오랜 유예 기간 끝에 드디어 강사법이 시행될 조짐이 보이자 여러 사립대학이 시간강사 대량해고를 위한 졸속 학사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본교는 교무처가 주재한 강사법 시행 관련 대외비 문건이 유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사법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이를 저지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 거세지자 교무처가 추진사항을 철회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듯한 대학 본부의 모습에 허탈함을 감추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제 대학이 이윤 추구를 주요 목적으로 삼는 교육 비즈니스로 변질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강사법 시행에 대비한다는 것은 부가적 이유일 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비정규직 중에서는 파견직’ 식의 구조조정은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 본부가 유지해온 정책 기조다. 물론 재학생들 혹은 사회가 대학에 원하는 바 역시도 많이 바뀐 게 사실이다. 대학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몇십 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해진 오늘날, 한 대학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는 비단 교육뿐이 아니다.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정의하기 위한 고민과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1월 15일 금학기 개설과목 목록이 수강신청시스템에 공개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전공과 교양을 막론하고 개설되는 강의의 숫자가 확연히 감소한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등을 필두로 시간강사 고용 축소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여전히 거센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학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진리 탐구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은 이미 이상에 불과해져 버린 오늘, 대학은 교육을 얼만큼이나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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