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위한 학교 행정인가

지난달 1일,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에 본교 경제학과의 불통 행정 규탄을 골자로 하는 ‘경제학과 사무실 문의사절..’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전공 ‘경제의 통계 분석’ 과목에 대해 담당 교수만 알 수 있을 뿐 수업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정보도 알 수 없다며 분한 마음 또한 글로 전했다. 학과 사무실이 문의마저 사절해 실질적으로 강의를 수강하게 될 학생들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는 행태마저 보이자 글을 접한 학생들은 분노했다. 고파스뿐 아니라 무책임한 경제학과 사무실에 실망감을 느낀 학생 사이에서도 자체적으로 공론화가 이뤄지자 ‘문의 사절’이라는 문구는 수정됐다. 또한 같은 달 7일에 이르러서야 경제학과 홈페이지에 화폐금융론을 비롯한 일부 경제학과 전공 강의의 강의 계획서를 행정적 이유로 게시할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담당 교원의 이메일을 포함한 공지문 이 게재됐다.

학과 사무실은 학적과 장학 관리를 포함하여 전문적인 행정업무를 관장한다. 학생들이 직접 처리할 수 없는,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학과 사무실은 매년 업무의 목적을 망각한 채 학생들을 기만하는 듯한 행정을 보인다. 전술한 문의 사절 문구, 선수강 과목이 있음에도 1학년에게 과도하게 배분된 강의 TO는 학생들에 대한 학과 사무실의 태도를 집약적으로 표출하는 일례다. 학과 사무실 직원과 교수진의 편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학생들의 편의와 학습권은 자연스럽게 침해된다. 심지어 학과 사무실과 학생 사이에 공식적인 피드백의 통로는 전화나 이메일을 통한 문의에 그치고 있다. 학생 사회 일반 차원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니 비합리적인 학과 사무실의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물론 학과 사무실은 학생 입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해 관계에 얽혀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해 관계 속 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대변되고 있지 않은 점이 문제다. 학과 사무실은 학생들을 단순히 피교육자가 아닌 능동적인 학습의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학과 사무실 차원의 인식 각성과 더불어 학생의 의견이 학교 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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