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정해진 길은 없다.

지난 2월 27일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라 불리는 방시혁 대표의 축사가 진행됐다. 방시혁 대표는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다. 방시혁 대표의 축사를 보며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 겹쳐 보였다. 모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오른 뒤 자신이 졸업 혹은 자퇴한 학교로 돌아와 재학생들에게 인생의 ‘한 마디’를 던져준 사람들이다. 방 대표는 “여러분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멋진 인생을 살길 바란다”라 했고, 빌게이츠는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고 말했다. 모두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찾는 것이며, 어디에 있는 걸까.

많은 대학생이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바로 대학교 2학년이다. 물론 로스쿨과 행정고시와 같이 명확한 진로를 가지고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외의 학생들은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를 고민하는 소위 ‘대2병’과 ‘사망년’을 앓는다. 내게도 1학년을 마치고 대2병이 찾아왔다. 작년 치열한 공부를 끝내고 대학교 새내기가 됐다. 하루에 몇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친해지기 위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도 하며 시사 이슈에 대한 견문을 넓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젠 마냥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시기는 다했다는 느낌을 받으며 미래에 대한 조바심이 나는 것이 현실이다. ‘사망년’은 3학년이 온갖 스펙을 준비 하느라 고통을 받아 사망할 것 같다고 해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는 대2병을 거치고 특정 진로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과도한 스펙 경쟁 속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2병을 진단할 수 있는 근거도 몇 가지 있다. 일단 대2병이 찾아오면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고 고민하지만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다.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에 공감한다. 다른 사람의 SNS을 보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불안해 하지만 무기력증을 이겨낼 수 없다는 증상도 있다. 고달픈 현실에 지쳐 자연스레 차라리 목표가 주어져 있었던 과거의 학창시절이 나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퇴생 3만 8523명, 전과생 1만 2179명, 휴학생 46만 7570명. 더불어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서 발표한 수치는 대한민국 대학생의 많은 비율이 아직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 현실을 심각한 문제인 마냥 다룬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신이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할 것을 찾으려는 일련의 노력이다. 누군가는 대2병이 어쩌면 대학생이라는 명분하에 정당화된 방황이라고 이야기한다. 동의한다. 대2병은 대학생만이 즐길 수 있는 진로탐색인 것이다. 주입식 교육을 받는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방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 찾을 수 있을까. 방시혁 대표와 스티브 잡스, 그리고 빌 게이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조바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과 줄 세우기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조바심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타인과 자신의 스펙을 비교하거나 무기력함에 빠지기보다, 자신에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일들을 하나 둘 실천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불현듯 떠 오르는 것, 혹은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것 어떤 경로에서라도 좋으니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된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연설에서 “앞날을 내다보며 점을 이을 순 없지만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 점들은 어떻게든 연결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조바심 내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이뤄내다 보면 중구난방 퍼져있던 점들이 이어져 좋아하는 혹은 잘하는 것을 찾은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

 

김효재 기자

hyojae1033@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