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시작된 민방위, 무관심 속 안보

지난 5월 31일 북한이 위성 발사체를 쏘아 올렸을 당시 느슨해진 민방위 체계 및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허점이 드러났다.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현 정권이 코로나 사태 당시 축소되거나 중단됐던 민방위 대피 훈련을 6년 만에 재개했다. 이번 민방위 훈련부터는 적의 공격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발령하는 민방위 경보에 ‘핵 경보’가 추가됐다.

그러나 대규모로 시행하던 과거 민방위 훈련과는 다르게 이번 민방위 훈련의 도로 통제는 종로구 일부 거리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고, 민간인 대피 등 실질적 훈련도 정부 관계부처와 국회 등지에서만 시행됐다. 이런 모습은 행정안전부 차원에서의 언론 보여주기식 훈련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웠다.

국가만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충청타임즈에 따르면 민방위 훈련 대피 명령을 뜻하는 사이렌 소리에도 대다수 시민이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통행하는 풍경이 나타났다. 국민의 안전 불감증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민방위 훈련의 반복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들이 실제 재난 상황 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함인데, 바쁘다거나 이미 대처 요령을 다 알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소홀히 여기는 것이다.

지난 5월 가장 크게 지적됐던 문제점은 ‘대피하라’는 명령은 하달됐으나 그 방법이나 배경, 그리고 행동 요령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예고되지 않았던 위기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오늘날 국가와 국민의 실태를 보여주었고, 실제 상황이었다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됐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에 민방위 훈련을 재개했음에도 국가와 국민 모두가 미적지근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앞으로의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방위 훈련의 재개는, 단순히 보수와 진보 정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하는 것임을 우리 스스로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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