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K팝 콘서트가 남긴 과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이하 잼버리)가 우여곡절 끝에 K팝 콘서트와 함께 막을 내렸다. 잼버리는 행사 내외로 여러 논란을 낳았다. 많은 과제 또한 남겼는데, 특히 K팝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K팝 콘서트의 성공으로 잼버리 행사가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역시 K팝은 한국의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하지만 그만큼 K팝의 미래에 대해서도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지난 2015년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나라 공공외교의 문제점은 한류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류가 공공외교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여전히 한국 공공외교 정책에는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내세울 건 K팝밖에 없는 국가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K팝을 물론이고 이외의 다채로운 문화 자원을 함께 발굴하고 국가브랜드 다변화에 힘써야 할 때다.

K팝을 국가 중요 문화 자원으로 내세우는 와중 K팝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가 실종된 것도 문제다.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닫자, 정부는 K팝 콘서트 준비에 힘을 쏟았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잼버리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썼다. ‘국가적 위기’이므로 K팝 아티스트는 본인의 의견을 밝히기도 전에 당연히 ‘동원’돼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또한 잼버리 K팝 콘서트와 같은 날 방송 예정이던 KBS의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는 갑작스럽게 결방됐다. 이에 출연 예정이던 아티스트 중 다수가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다. 유치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논란 등 갈 길이 멀다. 이 과정에서 K팝에 대한 논의가 빠지지 않길 바란다. 한국 공공외교의 청사진을 그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한국의 문화 자원으로 K팝을 강조하면서, 막상 K팝 산업에 대한 배려는 없는 모순적인 상황 또한 해결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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