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후문] 내려놓기

최근 ‘heaven’을 부른 가수 김현성이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았다. 성대결절로 가수 생활을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heaven’이라는 히트곡으로 자신의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서 끝을 맺는 마음으로 나온 것이었다.

마무리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일의 결말’이라는 의미로 파악한다. 직업에 있어서는 별 탈 없이 혹은 평범 이상의 성과를 내고서 은퇴할 시점이 되어서 물러나는 것, 즉 아름다운 결말을 떠올린다. 김현성의 가수 인생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히트곡을 냈음에도 성공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람들은 일찍 가요계를 떠나버린 김현성을 비운의 가수라고 부른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실패나 포기와 같은 내려놓기의 과정에 익숙하지 않다.

일명 성공시대다. 다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길 바란다. 나도 당연히 그렇기에 이런 풍조를 잘못되었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 성공에 집착하는 시대는 성공을 파는 자들을 만들어 냈다. 이들은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위치한 자신을 보여주며 성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중 나에게 가장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사람은 노력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었다. ‘노력하면 재능도 이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사람이 성공한 것은 그 사람이 노력하는 천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 사람은 그보다 성공한 사람에 비해 노력을 안 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력을 통해 경력과 실력을 쌓아가면서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노력하는 나는 노력하지 않는 나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력을 너무 강조하는 사람들은 사람마다 노력했을 때 내딛는 보폭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재능의 존재를 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포기라는 가치는 노력 부족, 의지 부족의 결과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내려놓기의 가치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노력 없는 포기도 존중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아직 나는 새내기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고시나 입사 시험 합격 같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년의 정성에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이를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 힘들 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다시 찾아내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 될 수 있다. 20살에 지도자의 꿈을 꾸고 지도자로 전향한 여자축구 선수를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초중고 여자축구팀 지도자를 거쳐 동티모르 여자축구팀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동티모르는 피파 랭킹이 150위인 약팀이다. 이 감독이 부임 후 첫 승을 거두었으니, 지도자로서 성공했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사례는 성공을 매우 원하는 시대에 성공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포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다.

한 세대 이전은 공부와 극소수의 예체능이 성공과 동일시되었기에 노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한 가지를 성공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고 매우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 어떤 분야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다면 다시 도전할 수많은 영역이 있다.

끝으로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다. 마무리는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무리를 지어야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그 분야에 다시 매진할 수 있다. 이 글은 읽는 독자들이 미래에 너무 높은 벽에 마주하더라도 돌아서면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김수환 기자

kusu122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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