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전단의 규제

지난 9일 북한이 남북 간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북한은 실제로 남북 통신연락 채널에 응답하지 않았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이번 조치의 이유로 꼽았다. 앞선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연락 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경고한 바가 있다.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 또한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빠르게 반응했다. 통신연락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는 한편, 북한이 주요 이유로 꼽은 대북 전단을 제재하는 방향으로 갈피를 잡았다. 청와대는 전단 및 물품의 살포는 판문점 선언은 물론 과거 합의에 따라 중지하기로 한 행위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듯 김여정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후에도 전단 살포를 강행한 단체 2곳을 고발했다. 정부는 북측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빠른 행동으로 답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입장과 방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여러 차례 합의를 통해 제한했던 만큼 대북 전단 규제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단기적으로 북한의 주된 불만을 풀어주고 당장의 긴장을 푸는 데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통신연락 채널을 닫고 우리와 미국에 위협을 가한다고 해서 북한의 요구를 그저 수용하는 태도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카드를 줄이기만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규제 시행에 앞서 북측의 일방적 통신 단절에 대한 분명한 항의와 민간단체와 국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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