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성범죄도 명확히 처벌할 수 있어야

지난달 16일 텔레그램에서 일명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 씨가 경찰에 체포되며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이를 여러 채팅방 유저들에게 판매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번 사건에서 조 씨가 피해 여성의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기게 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는 점, 그리고 지인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공유하는 채팅방도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더욱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N번방 용의자의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약 250만 명이 참여하는 등 가해자 처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사법부에서 가담자 전원을 대상으로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한 처벌을 내릴지 의문이 제기된다.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별도의 양형 기준의 부재이다. 피해자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라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착취 영상물을 소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단순 배포했을 경우 징역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돼 영상물의 유포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을 할 수 있다. 기존의 법률을 활용해 N번방에 단순히 가입하거나 영상을 스트리밍한 정도로는 처벌하기 어려우며 행위 정도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N번방 참여자들의 처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한편, 이들이 수사망을 피해 디스코드로 플랫폼을 옮겨 큰 논란이 됐다. 이는 과거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던 ‘소라넷’이 폐쇄되자 텔레그램으로 이동해 N번방이 활성화된 것과 다르지 않다. 일부 인원에게만 가벼운 처벌을 내린다면 어디선가 또 집단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것이다.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관련 처벌 규정 정립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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