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유적지를 밟고 선 놀이공원

지난달 26일 춘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에서 준공 기념식이 개최됐다. ▲선사유적 파괴 ▲불공정 계약 ▲특혜 시비 등 각종 논란에도 가까스로 설립을 마쳤다. 그러나 올해 5월 5일 11년 만의 정식 개장을 앞두고도 반대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도에서 청동기 시대 유적이 대거 발견됐지만 관련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가 강행된 탓이다. 이날 준공 기념식에 참석한 중도문화연대, 레고랜드 중단 촉구 시민대책위는 “레고랜드는 춘천의 부끄러움”이라며 선사시대 유적 파괴를 거듭 비판했다.

정원철 강원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도는 청동기 시대에 대규모 취락이 위치했던 지역으로 분석된다. 약 3천 기가 넘는 유구가 분포돼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유물만 ▲집터 1,266개 ▲지석묘 170기 ▲청동 칼 9천여 점에 달한다. 2014년 문화재청은 유적 일부 보존과 개장 이전 선사유적 공원 건설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한 바 있다. 이후 최문순 강원 도지사가 문화재 문제 해결이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2020년 하중도에서 누락 발굴 조사지가 새로 밝혀지는 등 문화재 발굴에 소홀했음이 자명하다. 이에 더해 당초 강원 중도 개발공사가 약속했던 선사유적 공원 건설은 예산을 이유로 착공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춘천 레고랜드가 위치한 중도는 한반도 최대 선사유적으로 불릴 만큼 가치 있는 유적지다. 그러나 연구 성과는 미진한 상황이다. “단순히 한국만의 유적 파괴가 아닌 범 인류사에 있어 고대사적 의미가 있는 역사적 자산이다”라는 반크 관계자의 말처럼 이제라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 의미를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유적이 발견된 대지에 레고랜드처럼 여타 시설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절실하다. 관광객 유치에만 급급해 허술한 조사를 감행하지 말고 문화재 보존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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