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 촬영이면 이래도 되나요?

지난달 5일 유튜브 채널 ‘전과자’에 본교 철학과 체험기를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하지만 영상이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채널은 촬영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전과자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학생들의 학생회관 출입을 통제하고 잡담도 금지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 관계자가 무리하게 길을 막으며 불쾌한 언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학내 커뮤니티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자 전과자 제작진은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비판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무슨 권리를 가지고 그러는 거냐”며 “촬영이 갑인 줄 아는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런 논란은 비단 전과자 채널만의 논란이 아니다. 촬영 갑질 논란은 틈만 나면 제기된다. 지난 9월에는 병원 고위험산모실에 있는 아내를 보러 가려다 드라마 촬영팀에 의해 제지됐다는 글이 인터넷을 달궜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여기가 사람 살리는 곳이지 촬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적었다. 이에 해당 드라마 촬영팀은 “양해를 구하며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 분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부 방송 제작진은 주변에 피해 끼치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 한다. 방송 제작진은 방송 촬영이라면 모든 것이 허락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관계자들이 사전에 촬영 중이라 양해를 구한다면 대부분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행위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물을 소비하는 것은 대중이다. 방송은 대중이 있기에 존재하고 방송 제작진도 대중이 있기에 활동을 이어 나가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촬영이라는 명목으로 시민에게 불편함을 주고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생충〉의 촬영지였던 슈퍼 가게의 사장은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주변 질서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노력해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미담을 전하기도 했다. 성공이라는 것이 작품만 좋게 만들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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