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힘쓰기를

지난 8월 30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국가정보원 정보원 손 씨를 무고 혐의로 기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손 씨는 피해자의 연락처와 주소를 해외 마약상에게 유출해 피해자가 마약 거래를 시도한 것처럼 꾸민 뒤 경찰에 허위로 신고했다. 이 때문에 2명이 구속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송치되는 등 피해를 봤다.

하지만 무고 사실이 밝혀졌던 당시 피해자에 대한 검찰의 사후 조치는 미흡했다. 피해자인 A씨는 이미 기소된 상태였는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후에도 두 달 동안 공소 취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지방검찰청이 대검찰청의 공소 취소 권고를 무시한 채 버텼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상황은 지난달 31일 해당 내용이 KBS에 보도됐을 때 뒤집혔다. 인천지방검찰청은 바로 공소심의위원회를 소집해 A씨에 대한 공소 취소를 결정했으며, 사과와 더불어 형사 보상 절차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그저 세간의 눈을 의식한 조치를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시간 동안 묵묵부답이던 검찰이 언론 보도 직후에 신속한 움직임을 보인 탓이다.

피해자인 A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수사 기간 동안 생계에 피해를 봐 회복이 어렵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수사 자체는 엄정하게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피의자가 죄가 없음이 밝혀졌다면 신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검찰의 역할이다. 당연히 행해야 할 법적 절차에서 손을 놓고 언론의 눈치만 보고 있는 지금의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법은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또한 법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법이 지닌 강제력은 이러한 목적을 올바르게 실현하고 공익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목적이 지켜질 때 비로소 공권력 행사를 정당화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검찰이 쇄신을 거쳐 국민을 보호하고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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