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하는 국회법’과 일 안하는 국회

제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며 국회의원들은 국회법 일부 개정안, 일명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를 월 2회 이상 개회하고 법안심사 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 회의를 월 3회 이상 여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현 21대 국회에는 17개의 상임위가 각기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를 하고 있으며 상임위 아래 법안소위에서 소관 법률안의 심사를 분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활발한 입법 활동을 위해 제정된 ‘일하는 국회법’과는 달리 2022년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상임위 개회 횟수는 월 1.38회 수준에 그친다. 법안소위는 월 0.4회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매월 3회 이상 법안소위를 열어야 한다는 국회법의 규정에는 택도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정무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는 2022년 들어 단 한 번의 법안소위 회의도 열지 않았다.

‘일하는 국회법’이 유명무실해지는 사이, 국회에 계류되는 법안은 점차 쌓여가는 추세다. 21대 국회 이래 발의된 법안은 지난 10일까지 17,327개에 달하나 이중 약 70%에 달하는 법안이 계류된 채 남아있다. 더군다나 상임위와 법안소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법에 따르면 원구성은 10일 내에 완성돼야 하지만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 원구성은 1년 3개월이 걸렸고 후반기 역시 53일 만에 완성됐다. 더불어 이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거듭되는 파행처럼 국회에는 한 시도 바람 잘 날이 없는 듯하다.

이달 1일 제400회 국회(정기국회)가 열렸다. 400이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국회에는 부족함이 많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직접 제정한 일하는 법을 스스로가 지키지 못하는 데는 변명할 여지도 없다. 국회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 운영의 중추나 다름 없다. 국회만 일을 잘한다고 민생이 안정되지는 않지만,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일을 잘해야만 민생이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국회가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각성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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