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대학생들이 따라가 본 10.29 이후 1년

지난해 10월 29일. 이날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정기 고연전에서 본교가 승리하고 참살이길에서 폐막제가 열렸던 날이기도 하지만, 본교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이태원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한 날이기도 하다. 이에 The HOANS가 10.29 참사 1주기를 맞아 기획 취재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으로 활기를 띠던 이태원 거리는 곧 비명과 혼란의 도가니가 됐다.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는 159명에 달했다.

참사 발생 후 1년이 흘렀다. The HOANS에서 10.29 참사 1주기를 맞아 ▲과거의 대응 ▲현재의 기억 ▲미래를 위한 회복 측면에서 참사를 바라보는 기사를 기획했다.

 

당시의 대응은 적절했는가?

 

참사 직후의 대응은 대한민국 사회가 사회 재난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공영역과 민간 영역 모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10.29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을 탄핵 소추했으나 탄핵소추안은 결국 기각됐다. ‘명백한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참사 발생 후 1시간 5분이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 2시간 30분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직접적인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구속됐으나 보석 청구 인용 후 업무에 복귀했다.

▲유가족 ▲부상자 ▲부상자 가족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다. 정부는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만들고 지자체 공무원과 1대1로 연결해 관리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담에 응한 유가족의 상담 횟수가 평균 주 0.6회에 그쳤고, 전체 상담 건수 4,860건 중 79.4%는 20~60분간 진행된 비대면 상담이었다. 경찰·소방 인력 등의 대응 인력을 대상으로 한 상담은 단 3%, 167건에 불과하기도 해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대부분의 지원이 금전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태원 사고와 관련된 상황의 세금 사용 반대’ 청원이 등장하고 해당 청원에 5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이다.

민간 영역, 특히 언론 보도 과정에서는 재난보도준칙이 빈번히 위반됐다. 재난 상황 보도 시에는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관련성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등은 삼가야 한다. 또한 신상 공개 및 직접적인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준칙을 위반한 보도가 여럿 등장했다. 참사 초기에는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시신 ▲인근 병원의 영안실 ▲과도한 신체 노출이 포함된 장면이 SNS와 공중파를 통해 송출됐다. 이를 접하고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그때를 기억하는 방식: 명칭

 

재발을 막고 추모와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참사를 어떻게 명명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현재는 ▲‘10.29 참사’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등 여러 명칭이 혼용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참사 발생 지역의 회복에 주목하기 위해 지역명 대신 날짜가 들어간 ‘10.29 참사’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다만 법안이나 활동, 프로그램명에서 ‘이태원 참사(사고)’라고 언급한 경우는 그대로 인용했다.

참사 명명 문제를 두고 신지영 본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지역의 문제로 인해 참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므로 참사 명칭에 지역명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참사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약자, 소수자”라며 “사건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함부로 할 것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방식: 대학

 

10.29 참사는 젊은 세대가 주로 즐기는 핼러윈 행사에서 발생한 만큼 대학생과 관련이 깊다. 참사 사망자 159명 중 104명이 20대로 집계됐으며 사상자가 발생한 대학의 수는 46개에 달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사상자가 발생한 대학에 167개 프로그램을 운영해 총 3,616명에게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은 자교 내 희생자에게 명예 학사 학위를 수여하고 부상자는 휴학 처리하는 등 다양한 학사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본교는 총학생회가 참사 직후 타이거플라자 부근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임시 분향소를 설치했다. 학생상담센터는 ‘10.29 사고 관련 긴급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오프라인 면담, 심리상담 등을 제공했다.

학생사회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지난 5월 18일에는 참사 200일을 맞아 본교 학생회관 생활도서관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고려대·동덕여대·성신여대 간담회’가 개최됐다. 본지의 당시 취재에 따르면 유가족 대표 故 최보람 씨의 고모 최경아 씨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故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씨 또한 기억해야만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학생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본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정월’은 지난달 말 자체 소식지를 통해 1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때를 기억하는 방식: 시민

 

1년이 지난 지금 참사 현장은 어떤 모습인지, 이태원은 활기를 되찾았을지 살펴보고자 이태원역으로 향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참사가 일어났던 경사진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우리의 기억이 가진 힘으로 재난과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159명의 세상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벽면을 따라 추모 공간이 조성돼 있었다. 메모지와 필기구가 마련돼 있어 누구나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다.

메모지에 적힌 말들을 하나씩 읽은 본 기자는 가장 많이 언급된 낱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메모지에 쓰인 문구를 촬영하고 정리한 다음 워드클라우드를 생성했다.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미안합니다’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였다. ‘부디 행복하게 쉬세요, 평안하세요’도 눈에 띄었다. ‘늘 양보하고 주머니에 있는 것 다 꺼내 주던 바보 같은 내 동생 미안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포스트잇 추모 메시지가 많아지자 문화연대에서는 오래되고 낡은 메시지를 수거하고 보관하는 동시에 모자란 포스트잇과 펜을 채우는 등 추모 공간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이태원 기억 담기’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트잇을 통한 추모 문화를 다룬 칼럼인 ‘포스트잇 대화’를 경향신문에 기고한 성현아 문학평론가는 ▲포스트잇 분류 ▲향후 아카이빙을 위한 준비 ▲구겨진 부분 펴기 ▲테이프나 오염물 등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포스트잇을 통한 애도와 추모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지 묻자 “더 많은 이들에게 함께 슬퍼하자고, 충분히 분노하자고, 그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청유하는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포스트잇 추모의 가치를 언급했다.

문화연대 박이현 활동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록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함께 기억할지의 문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거가 된다”며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용산구청 등 관계 당국의 공적인 역할이 절실하다”며 시민들의 움직임뿐 아니라 관계 당국의 역할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때를 기억하는 방식: 국회

 

국회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참사 이후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발의했다. 범야권 주도로 발의된 이 법안은 이태원 참사의 독립적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및 특별검사 구성과 피해자·유족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며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지난 8월 31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특별법을 두고 국회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재난의 정쟁화 우려가 있는 10.29 참사 특별법을 발의하며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이 과연 공당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법안을 당장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발의에 참여한 183명의 의원으로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나 정부가 자료요청 등에 비협조적일 경우 조사가 소득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법과 관련해 본지는 윤김진서 기본소득당 이태원 참사 유가족 청년지원단장과 인터뷰를 나눴다. 윤 단장은 법안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구의 설치를 꼽았다. 그는 “참사 이후 1년이 다 돼가지만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어쩌다가 목숨을 잃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별법이 시행된다면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사회적 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며 특별법을 통한 진상규명과 공동체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

 

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안전사고 대책이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경찰청은 대규모 인파가 밀집했을 때에 대비하는 ‘인파관리대책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경찰 대혁신 TF’ 회의에서는 경찰 및 학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안전관리 매뉴얼을 정비하고 밀집도에 따른 위험 경보 체계를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이 ‘인파가 밀집한 때’에 대비하는 ‘사후 대응’ 체계일 뿐이라며 사전에 참사를 예방할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파 안전사고를 방지하려면 사회 구조적인 대책 역시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29일 인파 밀집도를 높인 해밀톤호텔 뒤 테라스와 붉은색 가벽은 불법 증축 건축물이었다. 해밀톤호텔은 참사 전까지 불법 증축 건과 관련해 9년간 5억 원이 넘는 벌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벌금보다 수익이 높아 벌금을 감수한 것이다. 지난 1월, 이런 문제를 인지한 서울특별시는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불법 건축물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하반기부터 최대 두 배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행안부도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내놨다. ‘신종재난 위험 요소 발굴센터’를 설치해 위험 요소를 발굴하고 상시 감시체계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현장 대응 기관의 총체적 대응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공동대응력을 제고하고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했다. 민간 참여를 위해 생애 주기별 체험 중심 안전교육과 국민 참여 안전 신고 제안 등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개인 차원에서도 다중밀집 안전사고를 예방할 방법을 숙지해 둔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변 인파가 몰리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그 현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신의 양팔을 끼며 ‘ㄷ’자 형태를 만들어 가슴 앞 공간 포함 15cm 이상 공간을 확보해 최소한의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이태원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참사로 인해 이태원 상권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젠트리피케이션과 2년간의 코로나19를 버티던 상인들은 ‘참사는 상권 저하의 마침표’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본지는 소상공인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이태원동 1km 반경 상권의 ▲업소 수 ▲매출액 ▲유동 인구 추이를 살펴봄으로써 이태원 상권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 알아봤다.

카페와 요리주점을 중심으로 파악해 봤다. 조사 기간은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로 한정했다. 우선 카페의 수 자체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월별 일평균 유동 인구는 참사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다 상승세로 변화했다. 그러나 업소당 평균 매출액은 아직 완전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2,263만 원이 고점이었고 11월에 큰 폭으로 꺾였다. 이후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다 올해 4월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요리주점 수는 점차 감소했다. 월별 일평균 유동 인구는 카페와 마찬가지로 참사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다 상승세로 바뀌었으나 업소당 평균 매출액은 감소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3,056만 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올해 6월에는 2,557만 원으로 집계됐다.

유동 인구는 점차 많아졌지만 매출액 증가는 아직 요원하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다른 요인의 영향도 있겠으나 지난해 11월 카페의 업소당 평균 매출액이 큰 폭으로 하락한 현상 등을 고려하면 참사가 이태원 지역 쇠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단법인 이태원 관광특구 연합회 측은 이태원에서 상권 회복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본지의 문의에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을 알려왔다. 이는 문화복합형 팝업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통해 이태원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우리가 함께

10.29 참사와 관련해 ▲참사 직후 대응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 ▲재발 방지 대책 ▲참사 발생 지역 회복 방안 등을 살펴봤다.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우리가 조심할게요. 미안합니다.’라는 추모 공간의 메시지처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또한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공동체가 함께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윤·김지현·인형진·조유솔 기자

alwayseloise@korea.ac.kr

이 기사는 2023 지역 신문 컨퍼런스 청년기획 프로젝트 공모 수상작입니다.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