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번방, 디지털성범죄 강형의 첫발 되길

한동안 우리 사회를 충격과 분노에 빠트렸던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사회와 격리가 필요하다”며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취업제한 10년 ▲전자발찌 부착 30년 ▲1억여 원 추징 등을 명령했다.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 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한 후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하고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시에 재판부는 조씨와 함께 박사방을 운영하던 공범 5명을 범죄단체조직으로 판시해 각각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하는 등 무거운 형벌을 내렸다. 해당 판결은 여론 형성과 국민 청원 등 피해자들과 시민 모두가 합심해 이끌어낸 결과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웬만한 흉악 살인범에 가해지는 형량보다 더 무겁다는 것과 재판부가 ‘박사방’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를 비롯해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포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던 선례들에 비춰보면,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것은 사법부의 의식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그간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의 법정형은 범위가 넓고 양형 기준이 없어 선고 형량이 일정하지 않았다. 지난 9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디지털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적용하더라도 최대 징역 29년 3개월에 불과한 것에 비해 범죄단체조직죄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다. 특히 주도자 외의 단순 가담자들을 더욱 무겁게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판결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지금도 음지에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하고 있다. 형량 강화 외에도 디지털 성범죄 잠입수사 허용 방안 등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여론에 흔들려 일시적인 대응을 내놓는데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인 해결을 목표로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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