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하차 체험기

  취재성 기사를 늘려보자는 국장의 야심찬 계획에 허리가 부서질 각오로 상하차 르포를 기획했다. ‘오호’하는 감탄과 함께 승인이 났고,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해 급하게 상하차 현장의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노동 환경 ▲노동 강도를 확인하자는 추상적인 생각만 가지고 작업장으로 향했다. 앞으로 할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맑은 새벽 공기에 기분 좋게 집을 떠났던 10월 26일의 일이다.

기사를 쓸 수 있겠구나

  지난 8월 폭염 속에 윗옷을 벗고 상하차 알바를 하던 20대가 감전사를 당했다. 이어 9월에는 5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상자를 옮기던 도중 쓰러져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모두 CJ 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일이다. 극심한 노동 강도, 좋지 않은 근로여건이 원인으로 제시됐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알바생이 꼽은 아르바이트 근무 강도’ 1위는 택배 상하차였다. 2위 콜센터 63.8%, 3위 생산직 60.3%에 비해 택배 상하차는 85.4%라는 압도적 비율로 노동 강도 1위로 선정됐다. 여러 문제가 발생한 사안인 만큼,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가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헬 알바’, ‘죽음의 알바’로 불리는 택배 상하차를 직접 체험해봤다.

  아르바이트 하루 전날인 10월 25일,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음날 오전 6시 50분까지 출근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담당자의 말투도 공손하고, 사람을 정중하게 대하는 태도가 문자에서 묻어나와 부조리라곤 하나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꿀알바면 좋지만, 그렇게 될 경우 기사를 못 쓰게 되기 때문에 걱정까지 했다. 하지만 뒤이어 여러 차례 출근할 것을 확인하는 담당자의 모습에서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온다고 하고 안 오는 사람이 많구나. 그 정도로 힘든 일이구나. 일부러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다급하게 시급이 9000원 이상이라며 붙잡는 모습에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 기사 쓸 수 있겠구나.

  10월 26일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편의점으로 향했다. 일하다가 배가 고파 쓰러질까봐 도시락 중에서 가장 열량이 높은 도시락을 골라서 먹었다. 가장 아끼지 않는 옷으로 갈아입고 아직 해도 뜨지 않은 거리를 걸어 첫차를 탔다. 오전 5시 46분. 텅 비었던 첫차는 점차 사람들로 차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마다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모양이다. ‘임산부석에 앉는 아저씨는 첫차에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쯤 사당역에 도착해 같이 취재하러 가는 동료 기자를 만났다. 작업 현장은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CJ 대한통운 물류센터였다. 6시 50분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안개가 낀 물류센터는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노동자는 왔는데 근로기준법은 도망갔다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레드카펫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담당자라도 나와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길 바랐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현장 관리자(이하 관리자)의 눈에 띄었다. 그는 반갑다는 듯이 “어! 알바?”라고 말했다. “네! 알바…”라고 대답하자 목장갑을 나눠주며 바로 일을 시켰다. 6시 55분이었다. 근로계약서는 구경하지도 못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위법행위가 있었던 셈이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근로계약서 1부를 서면으로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근로계약서는 안 쓰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쌓인 상자를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옮겼다. 작업 현장 곳곳에 안전화, 안전모 착용 등의 표지가 붙어있었지만, 그 누구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고, 사측에서 나눠주지도 않았다.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안전교육도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는 ‘안전ㆍ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사업주 등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힘들고 위험한 걸 보니 계획대로 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트럭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두 개의 트럭 사이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갔고, 근로자들이 트럭 안으로 들어가서 택배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는 구조였다. 정확히 말하면 택배를 ‘놓는다’는 표현보다는 ‘던진다’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 관리자가 “야!” 하는 윽박과 함께 빨리빨리 하라며 고성을 질러대는 상황에서 ‘Fragile’이니 ‘취급 주의’니 하는 문구는 보일 겨를이 없다. 잡히면 컨베이어 벨트 위에 던지고 본다. 여러분의 택배, 누군가가 한 번 힘차게 던진 것이다. 그렇게 해도 택배 상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가로 약 10M ▲세로 약 2M ▲높이 약 2.5M 정도의 트럭 크기에 택배 상자가 가득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한 트럭에 배정된 인원은 6명이지만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운송장이 보이도록 정렬하는 작업으로 1~2명이 빠지고 나면 실질적으로 짐을 옮기는 사람은 4명 정도가 된다. 근로시간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이 인원으로 총 10대의 트럭을 비워야 했다.

  한국은 참 정이 넘치는 나라다. 택배로 사과, 배, 곶감 등 과일을 수십 상자나 보낸다. 사랑하는 자식, 존경하는 부모님, 친애하는 이웃사촌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을지 모르겠으나 덕분에 저승사자와 하이파이브 할 뻔했다. 그래도 과일은 좀 나은 편이다. 절임 배추, 책 묶음, 이름 모를 조립식 가구부터 시작해서 타이어 등 삼라만상 무거운 물건을 모두 옮겨야 했다. 작업이 2시간 정도 진행되자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버티자는 생각이 앞섰고 기계적으로 택배를 던지고 있었다.

  ‘의외로 노동 강도가 평이해서 기사를 못 쓰면 어떡하지’하는 초반의 걱정은 이때쯤 말끔하게 씻겨 나갔다. 예상대로 굉장히 힘들고 위험했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며 자기 위안을 해봤다. 도움이 하나도 안 됐다.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안도감과 고통은 완전 별개였다. 손목과 팔이 아프다 못해 세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해서 아기자기한 크기의 택배를 골라서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꼼수도 길게 가지 못한다. 작은 택배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데 앙증맞은 크기와 다르게 무게가 묵직했다. ‘아니 이거 뭔데’하고 화내며 운송장을 보니 아령이었다. 무려 7kg짜리 2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집었다가 다시 놓으면 눈치가 보이므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컨베이어 벨트를 향해 던졌다. 택배를 받은 사람, 부디 근육 잘 키우길 바란다.

  약 2.5M 높이의 트럭에 택배가 쌓인 관계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먼저 높게 쌓인 택배가 쓰러지는 경우이다. 빽빽하게 쌓인 택배의 중간 부분에 있는 상자를 빼면 위에 있는 택배가 우르르 쏟아진다. 운이 좋으면 옆으로 쓰러지지만 대부분 택배 상자가 머리로 떨어진다. 처음엔 택배가 떨어질 때마다 “아!”하는 외마디 소리를 내며 놀랐지만, 곧이어 주위의 숙련된 근로자들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작업할 수 있었다. 1시간 정도 머리로 떨어지는 택배를 맞다 보면 이러다가 목뼈가 갈비뼈까지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거운 물건이 어깨나 발목 쪽으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멍이 들거나 피부가 벗겨지기도 했다. 준비 운동, 안전교육이 생략된 채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택배를 중간에서 꺼내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므로 컨베이어 벨트를 고정하고 있는 파란색 철제 구조물을 밟고 올라가 맨 위에 있는 택배부터 내리기도 한다. 여기서 다음 문제가 생긴다. 철제 구조물의 폭이 좁아 발을 딛고 중심을 잡기 힘들어 잠시 집중력을 잃을 경우 미끄러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안전모도 없었기 때문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었다.

일당보다 병원비가 더 나갈 듯

  힘들게 일하는데도 휴식 시간을 안 주는 상황은 택배 상하차가 근무 강도 1위를 한 이유를 몸으로 이해시켜 준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4시간 이상 근무인 경우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작업장에 있는 그 누구도 쉬지 않았고, 관리자 역시 쉬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하거나 물을 마시러 간다고 하며 조금씩 눈치껏 쉴 수밖에 없었다. 물도 정말 마시고 싶을 때, 예컨대 ‘아 이러다가 정말 탈수로 죽겠구나’ 싶을 때 신속하게 마시고 와야 했다. 인원이 줄어들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는 택배 상자도 눈에 띄게 적어지기 때문이다. 눈치가 보여 빠르게 작업장에 복귀해야 하는 근무 환경이다. 이날 일을 하면서 쉰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로켓배송’, ‘총알배송’을 위해 1분 1초가 아쉽게 일을 하는 것이다. 눈물겹게 박스를 옮기는 와중에 옆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호통치고 있는 관리자가 얄미울 뿐이었다. 구석에 가서 조금 쉬려고 하자 관리자가 다가와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건 좋은데 컨베이어 벨트에 물건이 느리게 올라온다”며 “가서 일해라”고 말했다. 결국 쉬지 말고 일하라는 말이다. 앞으로 로켓배송은 시키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안전 문제는 끊임없이 드러났다. 가장 위험했던 상황은 트럭과 컨베이어 벨트 사이의 간격이 넓어서 발생했다. 두 대의 트럭 사이로 컨베이어 벨트가 놓여있고, 한 트럭을 비우면 근로자는 반대편 트럭으로 가서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후 원래 자리에는 빈 트럭이 나가고 택배 상자를 꽉 채운 새 트럭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이때 트럭이 컨베이어 벨트와 완전히 밀착해서 주차하지 않아 트럭과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약 35cm 정도의 틈이 생긴다. 이 틈 사이로 작은 택배가 빠지기도 하고, 사람 다리가 빠지기도 한다. 체력이 고갈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시점에 기자의 다리도 한 번 깊게 빠졌다. 택배를 들어 올려 컨베이어 벨트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던 중 오른쪽 다리가 밑으로 쑥 들어갔다. 왼쪽 다리까지 빠지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당황해하자 같이 일하는 노동자가 다급하게 다가와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24개월 된 영유아를 다루듯 번쩍 들어올렸다. 부끄러워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고 헛웃음만 지었다. 어쩌다가 취재를 하다가 수치심까지 느끼게 되었는가. 그 와중에 익숙한 일인 듯 관리자는 “뭐야? 다리 빠졌어?” 하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 보였다.

  택배를 집어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리는 일뿐만 아니라 운송장이 보이도록 택배를 뒤집어주는 작업도 간간이 해야 했다. 이미 이 일로 한두 명이 빠지지만, 마대 자루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로 택배가 쏟아져 나올 때는 상자를 옮기던 사람들도 택배를 정렬하는 일을 한다. 이때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속도를 따라가다가 손가락이 컨베이어 벨트 사이로 말려들어가기도 한다. 황급히 손을 빼서 손가락과 손톱이 아픈 정도에 그쳤지만, 잘못해서 손가락이 잘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위험해도 작업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택배를 잡다가 놓치면 다른 사람들이 일을 더 해야 했기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노동 속도를 유지해야만 했다.

  3시간 정도가 지나자 손목이 시큰거리고, 허리와 팔에 통증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목장갑을 낀 손이 답답해 목장갑을 벗고 컨베이어 벨트 옆에 있는 작은 철제 구조물에 손을 기댄 뒤 크게 심호흡을 했다. 목에 무언가 낀 듯 기침이 나왔다. 손을 다시 보니 검은 먼지가 가득 묻어있었다. 왠지 일하면서도 기침이 나오더라니, 호흡기에 안 좋은 먼지가 현장에 가득 있었을 것이다. 택배만 만진 목장갑을 봐도 이미 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나중에 마무리 청소를 할 때에야 작업장의 위생 상태가 안 좋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일단 걸레질이라든지 물청소는 하지 않는다. 빗자루질을 하긴 하는데, 그냥 먼지가 묻은 곳에서 안 묻은 곳으로 빗자루질을 할 뿐이었다. 결국 먼지는 바람을 타고 처음 있었던 곳으로 연어처럼 다시 돌아온다. 마무리 작업으로 청소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청소까지 마치자 12시 40분이 됐다. ‘공고에는 12시에 끝난다고 했으면서 왜 12시 40분에 끝나는 거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따질 힘도 없었다. 현장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오후 작업까지 시킬 거 같아서 급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왔다. 통장을 보니 들어온 돈은 5시간 일한 만큼만 받았다. 49500원.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도 받는 돈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상하차 현장은 자본주의 체제하의 아오지탄광임이 틀림없었다. 하루만 일했음에도 몸 곳곳에 멍이 들고 근육통이 극심하게 느껴졌다. 오랜 기간 상하차 일을 하면 병원비가 더 나올 것 같았다.

누군가는 다치고 죽어가며 해야 할 일?

  취재만 아니었다면 절임 배추를 들다가 도망갔을 것이다. 일하다 보면 인간성이 절로 바닥이 난다. 성인군자가 오더라도 타이어가 쌓인 것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열악한 환경과 고된 노동 강도에 짧게 욕 한마디를 했으리라. 이와 더불어 목숨과 안전이 돈과 효율성의 문제로 환원되는 작업장 전반의 분위기는 선뜻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머리 위로 택배가 쏟아지고 사람 다리가 아래로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는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돈을 위해 위험은 익숙해져야만 했던 것일까. 지난 2개월 동안 CJ 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만 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쇄신은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은 듯 보였다.

  “물량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현장의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정해진 물량’은 무슨 기준으로 정하는가. 나아가 먼지 쌓인 작업장과 물조차도 마시기 힘든 고압적인 분위기 등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호받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은 할당량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던가. 취재를 하며 로켓배송, 총알배송은 누군가의 피와 땀이며, 억울한 이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편의를 위해서 누군가가 다치고 죽어가며 일을 하는 세태가 계속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 현장에 조명을 비춰야 할 시점이다.
임지현·김동후·이재은 기자
kujh10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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