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손길이 후배의 아침으로, 따뜻한 천원학식

본교 주변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오던 식당들이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식당(이하 학식)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 19일부터 본교 학생회관 1층과 교우회관 지하 1층 학식 가격이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인상됐다. 학생들 사이에선 물가 상승으로 인한 밥값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점은 이해하나 끼니 해결이 부담스러워졌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마음 든든 아침 학식’(이하 천원학식)은 학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The HOANS에서 천원학식을 먹는 학우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본교는 매월 1만 원 이상 정기기부 사업인 KU Pride Club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기부자는 5,754명이며 누적 기부금은 88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모인 기금 중 일부가 천원학식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천원학식은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학생에게 양질의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베푸는 본교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된 천원학식은 12월 21일까지 ‘2022 마음 든든 아침 시행’이라는 슬로건 아래 평일 아침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2022학년도 2학기 기준 학생증을 지참한 본교 학부·대학원 재학생 및 휴학생이라면 인문사회계 캠퍼스에서는 학생회관 1층 식당, 자연계 캠퍼스에서는 애기능생활관 학식에서 단돈 천 원에 푸짐한 식사를 만나볼 수 있다. 학생회관은 자율배식 형태로 테이크아웃이 불가능한 방식이며 애기능생활관은 컵밥 등 간편식을 테이크아웃하도록 하고  있다. 이용자 수가 많아 조기 소진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천원학식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학생회관 식당의 집계에 따르면 시행 첫날 약 150명을 시작으로 점차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하루평균 약 250명이 천원학식을 이용하고 있다. 학생회관 1층을 방문해 식사한 후 천원학식을 이용하는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 씨는 “1교시 수업이 있어서 그 전에 든든한 밥을 먹고자 이용 중이다”며 “생각보다 메뉴가 다양해서 좋다”고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전했다. 친구의 소개로 일주일에 3번 정도 천원학식을 먹는다는 B 씨는 페이코 포인트를 이용해 결제하면 100원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팁도 전했다.

기숙사 식당의 비용이 부담스러운데다 조리시설이나 냉장고도 없어서 아침을 항상 굶었다는 기숙사생 C 씨는 천원학식 시행 후 아침 식사를 챙기게 됐다며“맛있고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애기능생활관을 이용하는 학우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부담스러운 식비에 거의 매일 천원학식을 먹는다고 밝힌 자취생 D 씨는 “선배님께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천원학식이 담고 있는 선순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쌀쌀해져 가는 날씨에 천원학식 소식은 많은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는 본교의 끈끈한 전통과 기부 문화에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 정책이 접목된 결과다. 몸과 마음을 모두 따뜻하게 해 주는 천원학식과 같은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유민제·정지윤 기자

estrella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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