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권리 보호인가 침해인가

지난 8월 31일 병원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6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에 따르면 영상 촬영은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의무적으로 이뤄지며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 이에 환자 권익 보호를 강조하는 찬성 입장과 의료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의료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지속되는 논쟁의 핵심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수술실 CCTV 의무화, 알 권리 보장의 첫걸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의 권익 실현과 의료서비스의 국민적 신뢰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할 경우,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것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CCTV는 수술실에서 의료과실이나 범죄 유무의 판단에 있어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2016년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A 씨는 의사의 미흡한 후속 조치로 인해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해당 사건에서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 CCTV가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영상에서 담당 집도의는 자리를 비운 채 간호조무사가 30분간 환자를 지혈하는 모습만이 포착됐다. 이후 의료계 유령 수술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지난 8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의료 분쟁 시 입증이 곤란했던 의료사고의 책임소재를 밝힐 수 있게 됐다. CCTV를 통해 환자 측은 객관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취된 환자를 향한 성범죄나 대리 수술 등의 불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의료계에선 CCTV 설치로 인해 집도의가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아 소극적으로 진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안에서 생명과 직결된 응급 수술이나 의사의 적극적 조치가 요구되는 고위험 수술 등의 상황에는 의료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시해 진료 위축의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또한 실제로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일부 공공병원의 선례가 그 근거다. 이중 경기도의료원의 경우, 2018년부터 약 1년간 집계된 총 4,239건의 수술 가운데 2,850건에 대한 촬영이 이뤄졌음에도 영상 제출 요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외에도 전북 공공병원에서 수년간 수술실 내 CCTV를 두고 운영해왔으나 민원 접수나 의료 분쟁 혹은 영상 유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같이 환자들의 불만이 적었다는 사실은 CCTV 설치 이후에도 의료서비스의 질이 유지됐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선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아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원칙적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는 때에만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CCTV로 촬영한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내부관리계획을 세워 보안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법안 발의 초기부터 논란이 제기된 사안인 만큼 개정안에는 환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즉 제반 조치가 적절히 수행된다면 수사나 재판 같은 특수한 상황에만 환자 측의 동의를 받아 영상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이렇듯 우려되는 부작용보다 환자의 권리 보장과 의료서비스 신뢰 제고 등의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필요하다.

이승준 기자
lesn@korea.ac.kr

 

수술실 CCTV 의무화, 의료 본질 왜곡하는 것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대리 수술이나 의료사고 증거 보존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오히려 의료진의 인권 침해와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권리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킨 것은 대한민국 의료역사의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의 취지는 불법 의료행위를 예방하고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 시 입증 도구로써 영상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에 있다. 그러나 법안 제정을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수술실 내 의료진들은 수술 가운과 마스크로 온몸을 가리고 있어 CCTV 영상만으로는 대리 수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의료 분쟁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는 미세한 손동작 등은 CCTV 화질로 포착할 수 없어 증거자료로 쓰이기에도 실효성이 부족하다. 환자의 진정한 권익 실현을 위해선 의료진을 향한 감시 장치보다 불법 행위를 한 의료진 대상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의 법적 보완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의료계의 가장 큰 우려는 CCTV가 의료진의 의료행위를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CCTV를 통한 감시는 의료진들에게 과도한 긴장감을 유발해 수술 전반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수술 도중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감시상태에 놓인 의료진들은 위험을 감수한 적극적 대응 대신 사후 의료 분쟁을 우려한 소극적 대처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치료 과정이 이뤄지더라도 환자 측의 불만족으로 CCTV 영상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면 의료진의 의료행위는 더욱 방어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수술실 내에서 이뤄지는 전공의들의 수련 과정도 방해받을 수 있어 실력 있는 전문의를 양성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렇듯 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CCTV 설치가 결과적으로 환자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수술실은 의료행위를 위해 환자의 신체 부위와 같은 민감한 사적 영역이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장소이다. CCTV를 설치할 경우 수술 도중 환자의 사생활 및 의료 정보가 영상으로 기록될 것이며, 이는 CCTV 관리자의 접근 및 악성 해커 등에 의한 외부 유출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IT 보안팀이 별도로 구성돼 있는 정부 기관에서도 정보 유출이 빈번한 상황”이라며 보안이 취약한 일선 의료기관의 해킹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법안의 제정을 통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법망을 촘촘하게 구성하더라도 환자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상황을 완전히 방지할 순 없다. 이같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본질적인 취지 실현에 미치지 못하며, 환자와 의료인의 인권을 모두 침해할 것이므로 개정안에 대한 입법 당국의 신중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정윤희 기자
ddulee388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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