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법, 투명한 렌즈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달 4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털 알고리즘 투명화법(이하 알고리즘법)’이라 불리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찬성하는 측은 포털이 특정 정치 성향을 알고리즘 뒤에 감추고 있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역효과를 염려하고 있다. The HOANS에서 알고리즘법의 내용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살펴봤다.

 

피할 수 없는 현안, 알고리즘의 중립성

 

알고리즘법의 발의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알고리즘의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작년 10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인공지능이 특정 인물과 포털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AI 알고리즘 중립성 문제를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알고리즘의 법적 통제는 어렵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그러나 주로 문제시된 뉴스를 제하고도 알고리즘의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작년 발표된 소비자권익포럼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이용자의 57%가 네이버페이의 검색 노출 행위가 불공정하다고 답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자사와 가맹계약을 체결한 택시에 배차콜을 몰아주는 알고리즘을 운영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자사의 알고리즘 운영원칙에는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으나, 알고리즘의 운영을 관리할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정계의 의견이 모이는 데는 충분했다.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법안의 주된 내용

 

알고리즘법이 통과될 경우 9인으로 구성된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이하 이용자위원회)가 문체부 산하에 신설된다. 위원회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단체가 추천하는 6인과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협의 후 추천된 3인으로 채워진다. 위원회는 주로 ▲기사배열 방침 및 기준에 대한 의견 제시와 시정요구 ▲알고리즘 검증 ▲이용자 권익 보호와 침해 구제에 관한 업무 ▲이용자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간 이해조정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법안에서 주목할 점은 포털사이트의 알고리즘 공개가 강제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용자위원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생긴다. 영업비밀 등 법으로 정한 특별 고려사항이 없는 경우, 이용자위원회의 심의 결과도 공개된다. 법안 시행 이후 알고리즘 공개에 응하지 않는 포털은 ▲과태료 처분 ▲1개월 이내 기간 뉴스 서비스 제공 정지 ▲법원을 통한 인터넷 뉴스 서비스 등록 취소 청구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김 의원은 “사회적 책임이 높은 포털을 자율규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해당 법안에 법적제재 조치를 담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특히 뉴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뉴스를 배포하는 포털도 본질적으로 언론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알고리즘은 짜임을 만드는 개발자, 구성요소, 가중치에 따라 약간의 변화에도 취약하다”며 알고리즘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내용은 달라도 방향성은 같은

 

김 의원에 앞서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지난 3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포털에서 검색 알고리즘의 일부를 과기정통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에 제출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알고리즘법과 공통적으로 서비스 운영의 투명성과 중립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알고리즘법은 이 위원장이 발의한 법안과 기조는 유사하나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이 위원장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해 포털에 알고리즘 내용을 제출하게 함과 동시에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설정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포털 알고리즘 투명화법은 신문법 개정안으로 정부가 지정한 위원회에서 기사 배열을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알고리즘 운영에 문제가 있을 시 포털사에 책임을 묻는다는 점은 지난 2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닮아있다. 최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언론위원회에서 침해행위를 판정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담았다. 이는 김 의원이 문체부 산하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이하 이용자위원회)에서 처분 조치를 판단할 수 있게 한 것과 유사하다.

 

당면 현실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정치권에서도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제도 마련의 필요성에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을 표했다.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한 ‘포털 알고리즘 관련 공청회’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속력을 갖춘 지침으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어느 누구도 편향성 없는 형태에서 알고리즘을 공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법을 찬성하는 측은 포털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확증 편향을 심화한다고 지적하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난 3월 MBC 스트레이트는 네이버가 포털 메인화면에 보수언론 편향 뉴스만을 노출시킨다는 내용의 방송자료를 보도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홈 헤드라인에 보수언론은 52.2%로 과반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중도·진보 언론은 27.5%에 그쳤다. MBC 스트레이트는 보수언론과 중도·진보 언론의 비중 차를 네이버에서 악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MBC 스트레이트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MBC 스트레이트가 특정 기간, 일부 매체에 국한된 테스트만으로 자사의 알고리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네이버는 자사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보수언론은 44.4%, 진보언론은 16.7%이기에 진보언론이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MBC가 지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자료를 두고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시장 간 비교 없이 이루어진 발표자료”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적절한 규제인가, 이어지는 질문

 

알고리즘법을 긍정하는 이들만큼이나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포털 알고리즘의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사기업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네이버의 에어스(AiRS) ▲카카오의 카카오아이(Kakao I)와 같은 검색 알고리즘은 각 회사에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 얻은 성과다. 이에 그 구성원리를 정부에 공개하는 것은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문체부에서 직접 시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언론 탄압의 우려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언론 탄압의 상징이었던 보도지침이 떠오른다”며 정부의 의지대로 뉴스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했다. 정부의 권고 조치를 따르지 않거나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제재가 포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알고리즘의 본질적 한계를 고려할 때 알고리즘법이 강조하는 규제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7일 과방위 주관 공청회에서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성급하게 법적 의무를 부여하기보다는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알고리즘 점검에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얼마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민간과의 신중한 논의와 협력이 우선될 필요성을 밝혔다.

 

법안에 대한 회의, 기우일까 예언일까?

 

절대적으로 중립적인 알고리즘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법안이 도리어 친정부 편향성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는 반드시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에 포털 자체 검토기관과의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이 법안 발의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알고리즘법은 단순히 발의된 단계에 있는 법안이므로 여러 의견을 반영해 개정될 가능성도 높다. 업계와 전문가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알고리즘 중립성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회적 요구를 적절히 조화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알고리즘법 발의를 필두로 포털의 알고리즘을 둘러싼 실용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할 시점이다.

민건홍·이채윤 기자                                                                                                            celestial@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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