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양안관계

대만해협의 파동이 심상치 않다.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과 점진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하는 대만의 관계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안 관계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물결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양안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달 1일 중국이 대만산 파인애플을 수입 중단했다.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 기반인 중남부 농민들이 재배하는 파인애플을 제재 품목으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해당 조치가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안 관계 악화 조짐은 안보 분야와 코로나 백신 신경전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월 대만 정부가 친미 인사를 국방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안보라인 개각을 발표하자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중국 전투기가 진입해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됐다. 또한 대만이 코로나 백신을 도입할 때도 계약 체결 직전 중국의 외압으로 구매 계획에 변동이 생겼다는 대만 위생복지부 장관의 주장이 더해져 양안 관계 회복이 불투명해졌다.

중국의 제재는 차이잉원 총통의 탈중국 노선에 대응하는 중국의 경고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마잉주 총통 시기 중국국민당의 밀실 협상에 반발해 일어난 2014년 해바라기 운동 이후 대만의 정치 상황은 급변했다. 2016년 당선된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의 독자노선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도 중국으로부터 원심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은 지난달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기반으로 양안 관계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지를 내비쳐 양국의 극명한 입장 차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70여 년의 대치, 양안 관계

 

양안 관계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중화민국)의 외교적 관계를 일컫는다. 원래 하나의 국가였던 둘은 1949년 내전에서 열세에 놓인 중화민국 정부가 본거지를 대만 섬으로 옮겨 저항하자는 결단인 국부 천대를 단행하며 분단됐다. 현실적인 힘의 차이 앞에서 대만인의 국가관은 논쟁 중에 있다. 대만인의 국가관은 크게 범람연맹과 범록연맹으로 나뉜다. 범람연맹은 국부 천대 당시 집권 세력이었던 국민당을 주축으로 하고 범록연맹은 대표적인 진보파 민진당을 중심으로 한다. 범람연맹은 대만이 주도하거나 최소한 중국과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통일을 지향한다. 반면 범록연맹은 대만이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만 민주화 이후 두 진영 중 어느 쪽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양안 관계는 조금씩 변화했다.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취임으로 자연스럽게 양안 관계는 경색됐다. 차이잉원 총통은 1992년 양안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 92 합의에 관해 회담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만을 받아들이고 해당 원칙은 명시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현상 유지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홍콩 사태 이후 “중국의 일국양제가 홍콩 사태의 발단이며 대만 또한 일국양제를 강요받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반중으로 기운 태도를 보였다. 2020년 재선 성공 후 이러한 기조는 더욱 확고해졌다. 대만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협상 우위를 점하고자 미국과의 안보 협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진행하는 등 반중의 연장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늘날의 양안 관계

 

민진당은 반중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 2월 국가 정상화를 위한 개헌 공청회에서 민진당은 개헌의 필요성을 알리고 핵심 사안을 발표했다. 대만 헌법 제4조에 명시된 국가통일 표현을 국가발전으로, 고유 강역을 헌법의 효력이 끼치는 지역으로 수정해 중국 본토 통일을 전제한 조항을 변경하자는 것이 민진당의 주장이다. 이에 국민당은 “대만 국민을 분열시키고 중국 본토를 자극할 것”이라며 민진당의 주장은 “반중 정서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번 개헌 움직임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헌안이 발의되기 위해서는 입법위원 4분의 3이 찬성해야 하며 통과하려면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의석 중 61석을 확보한 민진당과 38석을 확보한 국민당이 개헌안 발의에 대한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을 이루는 구성 집단 중 하나라도 이탈한다면 현대 중국을 지탱해 온 응집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대만 독립을 대신하는 타협안으로 현재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하고 있는 일국양제 체제를 제안해 왔다. 그러나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일국양제가 유명무실해지자 중국에 대한 대만의 불신이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개헌에 박차를 가하자 중국은 무력 통일 가능성을 높여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마샤오광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양안의 평화적 발전을 파괴하는 것이 바로 대만의 독립 움직임”이라고 전하며 악화한 양안 관계의 책임을 대만으로 돌렸다.

중국은 대만과 수교하는 국가들에 개입하며 양안 관계의 불안정성을 지속시키기도 한다. 최근 팔라우 주재 미국 대사가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미‧대만 간 공식 왕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한계선을 넘지 말라는 주의를 요구했다. 양국의 신경전이 팽팽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양안 관계는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얽히고 한국과 설킨 양안 관계

 

심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양안 관계의 행방이 미궁에 빠졌다. 지난달 18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이 세계 질서에 위협적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어 중국이 홍콩, 대만, 미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과 동맹을 약화하기 위한 경제적 강압을 시도해 규칙에 따른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중국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은 “미국은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선동하고 있다”며 “국제무역의 미래를 위협하는 데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한다”고 반발했다. 미중 대립과 얽힌 양안 관계는 이번 알래스카 회담을 통해 한층 더 복잡해졌다. 해당 회담에서 대만이 자주권을 주장하자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협하는 독자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격적 태도와 대만의 확고한 자주 의지를 동시에 확인한 중국은 이후 “대만 주권과 영토 문제는 모든 중국인이 결정해야 하고 민진당이 개념을 바꿔서 도발하는 것은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이 양안 관계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미국이 대만 정책 기조를 전략적 모호성에서 명료성으로 바꿀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은 유사시 중국의 공격을 유발할 수 있는 대만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채택하고 있다. 1979년 미국은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임을 인지한다고 명시했으나, 동시에 대만관계법에서 대만을 사실상 독립적 정치 실체로 인정하며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대만을 보호해 얻는 이득과 중국과의 안정적인 경제적·외교적 관계로 얻는 이득 중 어느 쪽이 기회비용이 적은지 판단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격화한 양안 관계 속 갈등은 한국에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양안 문제는 정치와 외교뿐 아니라 민간 갈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홍콩의 일간지 SCMP는 지난달 중국에서 방영된 한국 애니메이션 ‘출동! 슈퍼윙스’에 대만 및 기타 지역이 제외된 중국 지도가 등장해 영토 왜곡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만화는 현지 비디오 유통 플랫폼에서 삭제됐다. 반도체처럼 다양한 부품과 공정이 요구되는 상호 의존적인 수출입 산업 구조도 문제에 복잡함을 더하는 변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중국 업체를 제외하고 대만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동향을 보인다. 이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과 대만이라는 양자택일을 두고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양안 관계 다음 발자국은

 

양안 관계에 어떤 청사진이 그려질 수 있을까. 중국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대만에 경고성 행위를 지속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 유지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개헌과 같이 탈중국 노선을 가시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70여 년간 교류와 단절을 반복한 양안 관계는 복잡해진 국제 관계 속에서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요동치는 양안 관계를 둘러싼 국제 관계 속 평화의 실마리가 어디에 있을지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채윤·최승원 기자                                                                                                  dlcodbs0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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