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약 청정국

지난달 22일 20대 유명 유튜버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또한 지난 8월에는 한 가수와 방송인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일도 발생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마약 구매 및 투여가 확산하는 추세다. 이에 The HOANS에서 한국의 마약 관련 범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한 탓에 관련 범죄는 재범률이 높으며 적발 또한 쉽지 않다. 이에 한국에서는 마약을 금지하고 있으며 마약을 제조 및 매매한 경우 법적으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해 처벌 수위도 타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일반인에까지 마약이 확산하며 한국의 마약사범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은 이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최근 5년 사이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10~20대 중심의 청년 세대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달 10일 국회 행정안전부 소속 김용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작년 세대별 마약 사범 검거 건수는 ▲10대 309명 ▲20대 3,507명 ▲30대 2,437명 ▲40대 1,781명에 달한다.

2018년 자료인 ▲10대 104명 ▲20대 1,392명 ▲30대 1,804명 ▲40대 2,085명과 비교했을 때 10~20대의 범행률은 3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청년세대 마약사범의 주요 거래 통로가 다크웹이나 가상자산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통해 마약을 유통 및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도 지난 2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 위의 김용판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다크웹·가상자산 이용 마약류 사범은 2018년 85명에서 2021년 832명까지 증가했다. 또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의 관세청과 경찰청 자료 분석에 따르면 마약밀수 단속량도 2017년 69.1kg에서 2021년 1272.5kg으로 18.4배 늘어났다.

 

마약사범 확대의 원인은

 

SNS와 가상화폐의 발달로 마약에 접근하기가 쉬워졌다. 특히 마약 거래에 많이 사용되는 텔레그램은 자체 네트워크망을 사용하며 사용자가 모두 대화방을 나가면 대화 기록 자체가 사라져 범죄가 발각되기 어렵다. 이때 구매자가 가상화폐를 통해 돈을 지불하면 판매자가 공중화장실이나 실외기 등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감춰두고 구매자가 찾아가도록 하는 비대면 거래 방식이 주로 이용된다.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영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팀장은 “마약 수사 초창기에는 대면해서 물건과 돈을 교환하는 핸들링 방식이 주로 이뤄졌지만 요새는 젊은 층이 (SNS 등 온라인 매체를) 마약 범행의 도구로 쉽게 이용한다”고 했다.

의료용 약물의 처방 남용을 통해 마약을 유통·투약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불법 경로를 통할 필요 없이 병원 처방만으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특히 10~20대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마약이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형으로 제공돼 쉽게 투약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지난달 12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대에게 처방된 펜타닐 패치의 건수는 2019년 22건에서 2020년 624건으로 급증했다. 펜타닐은 일반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다.

외국인에 의한 마약 유통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8년에 비해 약 4배 증가했다. 외국인에 의한 마약 유통은 국제 택배를 통한 밀거래가 주로 활용된다. 마약을 다른 제품 안에 넣어서 택배로 부치면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세계적으로 느슨해지며 ▲마약 소지 ▲유통 ▲투여 등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태국은 대마초를 합법화했으며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또한 마약사범을 모두 처벌하기 어려워지자 마약을 금지하기보다는 정부가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르포 : 마약 접근이 이렇게나 쉽다고?

 

SNS를 통한 마약 접근성 확대가 최근 젊은 층 사이의 마약사범 수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따라 마약에 무지한 기자가 마약 접근성 실태를 확인해봤다. 구글 검색창에 마약 은어를 검색한 후 링크를 따라 들어가니 여러 해외 사이트로 연결됐고 그곳에서 마약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부터 채널 방문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했다. 마약 판매자 채널 중 한 곳에 입장하자 ‘앞으로 저 00(텔레그램 아이디)과 슬기로운 약방 생활을 꾸려나가’자는 공지와 함께 마약 종류별 ▲거래 가능지역 ▲가격 ▲효과 ▲거래 방법이 상세하고 깔끔하게 안내돼 있었다. 공지를 전달하는 판매자의 어조는 마약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상품을 거래하는 듯 친절하고 발랄해 당혹감을 안겨줬다.

판매자는 거래 지역을 물었다. 서울이라 대답하자 샘플을 구매할 거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이에 샘플의 양과 가격을 문의하자 거래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판매자는 마약 흡입 시 사용하는 도구와 당시 날짜 및 시간을 적은 쪽지를 함께 찍어 구매자 인증을 요구했다. 기자가 도구가 없다고 하자 여성이면 경찰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네일아트를 보여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증 없이 가격만 알려줄 수 없냐고 물었지만 판매자는 인증이 안되면 어떠한 사항도 안내해 줄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대화는 종료됐고 이후 비밀채팅방은 삭제돼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채팅이 끝나자 SNS를 통한 마약 접근이 상당히 쉽다는 생각에 SNS를 통한 마약 거래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거래 흔적을 남길 수는 있어도 거래가 철저히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범인을 체포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몸소 깨달았다.

 

마약과의 전쟁, 승리로 이어질까

국내에서 발생한 마약 관련 범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특히 현 법령은 마약류의 사용보다 매매 및 수출입을 더 강력히 규제한다. 이를테면 대마를 ▲재배 ▲소지 ▲운반 ▲흡연했을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반면 대마를 매매했을 시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마약을 매매했을 시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처럼 국내 마약 관련 범죄 처벌 수위가 높음에도 전체 마약사범 및 재범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그 이유로는 양형기준에 따라 법정형에 감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 지목된다. 실제로 법무부의 ‘최근 3년간(2016~2018) 마약사범 재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마약류 사범에 대한 처벌이 ▲집행유예(38.5%) ▲1년 미만의 징역(14.6%) ▲3년 미만의 징역(35.5%)으로 나타나는 등 실제 처벌 수위는 낮았다.

처벌 이후 실효성 있는 재범 방지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35.2%다. 재활 치료 프로그램의 낮은 실효성과 재활 치료 시설의 인력·예산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검찰은 마약사범에 대해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 유예’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약류 사용자에게 법적 처벌 대신 신속하게 재활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재발을 방지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학적인 치료 없이 마약의 유해성에 대한 영상 시청 및 강연에 그쳐 마약사범의 재범 방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더불어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마약 퇴치본부 중독재활센터는 서울과 부산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곳도 경기도 다르크 센터 단 한 곳으로 이마저도 정원이 12명이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독 치료는 지속적이며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데 전문 인력 및 시설이 부족해 운영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중독 재활치료 인프라 마련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고, 광역별 재활센터가 적어도 1개는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청정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한국은 마약과 관련한 법정 처벌 수위가 높음에도 ▲SNS를 통한 쉬운 접근 ▲비대면 거래 ▲낮은 실제 처벌 수위 등으로 인해 청년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마약은 강한 중독성을 지녀 한번 시작하고 나면 개인의 의지만으로 끊기 힘들다. 장기 복용 시에는 내성이 생겨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되며 복용 중단 시 ▲탈진 ▲환시 ▲환각 ▲수면장애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한 번 늘어난 마약사범의 수가 줄어들긴 쉽지 않다. 더불어 마약은 환각을 일으켜 폭행 등의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약 범죄에 대한 수사의 확대와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실효성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정서영·김은서·조유솔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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