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리기엔 어려운 쓰레기

봄·가을철의 민주광장(이하 민광), 중앙광장(이하 중광)과 시험기간의 정경대 라운지에서는 쓰레기 배출량 급증으로 넘쳐 있는 쓰레기통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쓰레기통에는 분리수거 대신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편리함 속에서 잊고 있었던 교내 쓰레기통 관리 문제와 분리수거에 관해 The HOANS가 짚어봤다.

 

편리한 대학 생활의 이면

봄날의 중광과 민광은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중광에서 짜장면을 먹는다는 뜻의 ‘중짜’, 막걸리를 마신다는 뜻의 ‘중막’이라는 표현이 통용될 만큼 두 광장에서 먹고 노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낭만이 있는 대학 생활의 이면에는 쌓여가는 쓰레기가 있다. 넘쳐흐르는 쓰레기통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한다. 가득 찬 민광 쓰레기통 주변에는 맥주캔과 과자봉지가 나뒹군다. 자리를 치우고 떠나려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릴 수 없어 머뭇거리는 모습도 여럿 볼 수 있다. 중광의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배달음식의 잔재들은 중광의 쓰레기통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봉지에 묶인 쓰레기와 술병 등이 쓰레기통의 주변에 한가득 쌓여있다.

 

쓰레기통 부족?

교내 쓰레기통 관리 및 쓰레기 배출은 학교 차원에서 총무부 관할로 운영된다. 쓰레기통이 위치한 건물, 장소별로 미화원들이 모은 후 매일 아침 수거 트럭에 의해 일괄수거되는 방식이다. 교내에는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다. 중앙광장 등 야외에는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를 구분하는 쓰레기통이, 건물 내부에는 종류 구분이 없는 쓰레기통이 갖춰져 있다.

민광과 중광에는 광장 양쪽에 재활용과 일반용 쓰레기통이 각각 배치되어 있지만, 이용자가 많은 경우에는 쓰레기통이 가득 차 쓰레기통 위와 옆까지 쓰레기가 쌓인다. 저녁 시간 민광을 이용하던 김 씨(가교 16)는 “쓰레기통이 가득 차서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더러운 것 같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임 씨(영문 18)는 “평소에는 괜찮아도 가끔 넘칠 때면 미관상 좋지 않은 것 같다”라며 쓰레기통을 더 자주 비우거나 쓰레기통 수를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쓰레기 배출량이 급증하는 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반면 중앙광장에서 만난 미화원 A 씨는 “쓰레기통이 부족하지는 않다. 오히려 많아지면 힘이 든다”라며 오히려 쓰레기통의 노후화를 문제점으로 이야기했다. A 씨에 따르면 학생들이 광장을 많이 이용하는 일부 철에만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쓰레기통 옆에만 쌓아준다면 아침에 수거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아침 출근시간과 퇴근 전 오후 3시 퇴근 전 등 하루 중에도 수시로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으며, 쓰레기통의 부족은 시험기간, 봄·가을 철 등 일부 시즌에만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었다.

 

분리수거, 이상과 현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2조 3항에 따르면 대학은 폐기물 배출자로서 그 토지나 건물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종류ㆍ성질ㆍ상태별로 분리 보관하여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본교에는 통합된 쓰레기통 체계나 분리수거 방식이 미비하다. 제한적으로 중광, 민광 등에는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를 분리해서 배출하는 형태의 쓰레기통이 있지만, 학생들에 의해 빈번히 무시되고 특히 쓰레기의 양이 많은 경우 구분 배출이 쉽지 않다. 결국 일반·재활용 쓰레기의 구분은 유명무실하고, 실제로는 두 쓰레기통이 같은 비닐에 담겨 비워진다.

총무부는 “식별이 용이한 큰 지류만 분리되고 기본적으로 배출단계에서는 분리수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교내 대부분의 쓰레기통은 종류 구분 없이 배출하는 형태다. 총무부에 따르면 본교의 연간 쓰레기 배출량이 약 1600톤에 달해 배출단계에서부터 분리수거를 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분리수거는 교내에서 쓰레기가 수거된 후 폐기물선별장으로 보내져 사후적으로 이뤄진다. 분리수거를 비용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본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울대, 인하대 등 다수 대학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학생들은 인터뷰에서 평소에 분리수거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이로 인해 분리수거가 미비하게 진행돼온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 씨(정외 18)는 민광 쓰레기통이 가득 차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며 “분리수거가 가능하도록 여러 항목의 쓰레기통을 비치한다면 분리수거 문제와 쓰레기통 부족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분리수거를 하려고 해도 분리된 쓰레기통이 마련되지 않아 원천적으로 분리수거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경대 미화원 B 씨는 “학생들이 분리수거 하기에는 바빠서 힘들다고 생각한다”라며 분리수거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천이나 책 등 큰 종이류를 쓰레기통 옆에 따로 모아준다면 분리수거 하기에 더 편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종류별 쓰레기통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미관상 나쁘고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기에 힘들다는 반대 의견을 표했다. 쓰레기통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간단한 분리수거에서부터 노력을 시작하자는 지적이다.

 

교내 쓰레기 문제의 향방

교내 쓰레기통 관리와 분리수거 문제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쓰레기통 부족을 문제제기하는 학생의 의견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미화원 입장의 조율이 필요하다. 쓰레기통의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돼왔다. 그러나 특정 기간에만 증가하는 쓰레기 배출량을 위해 고정 쓰레기통 개수를 늘리거나 비우는 주기를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시기가 명확하므로 해당 기간에만 임시 쓰레기통을 비치하는 등 유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분리수거의 딜레마도 마찬가지다. 교내 분리수거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가로막혀 등한시되고 있지만, 동시에 환경보호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분리수거가 쉬운 유리, 병 종류부터 분리수거를 도입하거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이류만 분리수거를 진행하는 등 유연한 대처를 통해 현 상황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편리함 속에서 무심코 버리던 쓰레기들을 돌아보고, 교내 쓰레기 배출 제도에 대한 융통성 있는 접근과 함께 학생 시민의식의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현·강민정 기자

kdh99060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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