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미래통합당의 미래는 어디에

지난달 15일 21대 국회의원선거가 막을 내렸다. 결과는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뼈아픈 실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수를 합쳐 180석을 획득했다. 반면 통합당은 미래한국당 의석수를 포함한 103석의 자리만을 얻었다. 국회 180석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됐다. 여당은 앞으로 야당과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 모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 또한 여당 180석 앞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법률뿐만이 아니다. 국무총리와 같은 자리의 임명 동의안 또한 야당의 견제 없이 처리가 가능하다. 사실상 개헌 빼고 모든 것이 가능하고 통합당은 이를 지켜만 봐야 한다.

선거 초반만 해도 통합당의 대패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통합당 내외의 논란과 잡음은 ‘슈퍼정당’을 등장시켰다. 물론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덮어버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의 비교적 성공적인 대처와 외신의 칭찬은 정부 지지율을 어느 정도 상승시켰고 조국 사태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같은 문제를 감추기에 충분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코로나19 대처에 있어서 협력이 아닌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과 친중 프레임 씌우기 전략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도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4일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편지를 공개했고, 황교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편지로 ‘보수’ 세력의 통합을 이루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편지와 황교안 전 대표의 발언은 오히려 표심을 떠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명실상부하게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고 밝혔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국정농단 주범으로 속죄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사람이 노골적인 선거개입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옥중서신’은 2017년 탄핵정국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을 실망하게 했고 통합당이 주창한 ‘보수의 혁신’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공천 과정에서 내부 분열도 국민들을 실망하게 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중진 의원들을 컷오프한 자리에 측근들을 공천했다는 사천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떠났다. 지역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지역구 공천과 황교안 전 대표의 수많은 공천 번복도 통합당을 향한 민심을 도로 떠나보냈다. 공천은 선거에 있어서 핵심이다. 이렇게 중요한 공천에 있어서 ‘막장 공천’을 보여준 통합당의 패배는 어쩌면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까.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의 N번방 사건 발언과 차명진 전 의원 세월호 관련 발언도 이미 불붙은 통합당에 기름을 부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달 1일 토론회에서 “호기심 등에 의해 N번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보니 적절하지 않아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하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번방에 들어간 사람들을 옹호하는 듯한 이 발언은 황교안 전 대표의 해명과 입장문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논란에 휩싸였다. 차명진 전 의원 또한 지난달 8일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을 했다. 중도층 유권자가 통합당을 향해 등을 돌리게 된 순간인 동시에 통합당 공천의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 순간이었다.

통합당은 선거 참패는 당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던 의원들은 대거 낙마했고 선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또한 흐지부지해졌다. 이번 선거는 통합당의 진정한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줬다. 앞으로 통합당이 어떻게 바뀌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황제동 기자
hhjd2000@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