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차가워진 실물 경기, 얼어붙은 자영업계

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자정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끝내고 안도감과 성취감을 즐기고 있었다. 중요한 일을 마치고 나니 배가 고파 근처 치킨집으로 향했다. 한 마리를 주문하고 주방 앞 의자에서 신문을 보며 기다렸다. 사장님은 나를 마지막으로 퇴근 준비를 하시는 듯 했다. 10분이 조금 덜 지났을 때 갓 튀긴 치킨이 나왔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가게를 나오려던 찰나, 사장님이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나는 사장님의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주방 앞에 서서 대화를 좀 더 나누었다. 사장님은 이십 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자리에서 치킨집을 하셨다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긴 시간이다. 사장님은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돼서……”라며 에둘러 말을 흐리시면서, 오래 해 온 일이라 한 달은 더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나지막하게 말씀하신 사장님의 한 마디에서 아쉬움을 읽었다. 오랜 시간 정을 두고 하셨던 일을 급하게 정리하셔야만 하셨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 혹은 매출 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고난은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은행으로부터 대출은 2020년 3분기 387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보다 9조 1000억 원 증가한 액수이자 사상 최고치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팍팍한 경제 환경이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이 급감했지만 생계를 함부로 그만 둘 수 없어 빚만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것이다. 코로나는 몇 년 전부터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영업 종사자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갔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는 코로나 취약계층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회성의 지원으로는 자영업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임대료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국세청 및 행정안전부는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국세와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및 세제 혜택을 마련했지만,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보니 역부족인 상황이다.

2020년에도 어김없이 연말은 찾아왔다. 예년 같았다면 연말과 크리스마스 특수로 자영업계가 큰 호황을 누렸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최근 500명대로 늘어난 확진자 수는 다시 우리들의 경제 활동에 큰 타격을 입혔다. 상권에는 전나무 트리와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장식된 겨울 특유의 활기참 대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무기력함이 자리했다. 거리의 사람들에게서도 연말의 들뜬 표정 대신 마스크를 쓴 모습만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이는 겨울에 접어들어 뚝 떨어진 기온처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 소상공인의 마음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단골로 찾아가던 치킨집의 폐업을 지켜보면서, 자영업계가 눈에 띄게 얼어붙었다는 신문 한쪽의 경기 동향을 읽으면서 무거워진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소상공인 폐업과 생계 문제는 우리 사회에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다. 임대료 문제 등 자영업자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및 실질적인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안정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2021년은 올해보다 희망찬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다시 코로나 없는 상권에서 활기찬 분위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승원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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