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공허함을 채워나가는 일

‘넌 꿈이 뭐니?’ 필자가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사실 필자는 이제 와서 듣는 이 질문이 굉장히 낯설다. 대학에서 공부할 전공을 결정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할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입시가 끝난 후에 본격적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된다고 여겼다. 주변에서도 그런 조언을 많이 들었다.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안에서 길이 보일 것이고, 정 적성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 봐도 된다고 했다. 필자는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열심히 살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했다. 필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며 대학 생활을 알차게 보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살아온 필자는 지금 꿈이 없다.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명확히 대답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학에 들어와 여러 수업을 듣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가운데 진정으로 필자의 마음을 울리는 일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학교생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세상 경험을 넓혀 보려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녔지만, 순간적인 즐거움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었다고 확신하지 못하겠다.

이쯤 되니 꿈을 묻는 말 자체가 야속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너는 왜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없냐는 힐난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반드시 꿈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어떤 꿈을 갖게 되더라도 모두 지원해 줄 것처럼 말해 놓고 정말 그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꿈을 꾸는 것도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경쟁의 일부로 변해버린 것 같다. 주변에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사람이 있어도 부러움에 앞서 괜히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만 하던 필자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난 방학을 보냈다. 말로는 진정한 진로를 찾으려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꿈에 대한 막막함과 그를 이해해 주지 않는 주변에 대한 반발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남들은 자기 계발이며 취업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에 목표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쉬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몸도 마음도 편하니 좋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눈앞의 일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꿈을 찾지 못한 것 자체보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의 불안이 더 참기 힘들었다. 동시에 필자가 지금껏 해 온 것은 무엇이었는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필자는 그동안 멈춰있기만 했다. 무엇을 위해서 꿈을 꿔야 하는지는 잊어버린 채 그저 꿈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은 결국 필자 자신을 위한 일이다. 삶을 스스로 빛나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열심히 찾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은 분명 어렵고 불안할 것이다. 꿈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막막해지고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자신을 위한 일을 미뤄둔 채 사회 탓, 환경 탓만 하고 있으면 필자 자신을 갉아먹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심히 살라’는 말을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다른 사람의 기대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남들과 경쟁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열심히 사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다. 가만히 멈춰있을 때 느껴지는 내면의 공허함을 채워나가기 위해서다. 사실 꿈은 없어도 좋다. 꿈이라는 단어를 압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다만 필자는 꿈을 꾸려는 시도만큼은 진지하게 이어 나가 보려고 한다. 그건 오로지 자신을 위한 일이고, 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는 ‘꿈을 꾸는 것’이 꿈이다.

 

김은서 기자

cat375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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