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장 공약 이행도 중간평가

지난해 3월, 정진택(기계 79) 총장이 본교 제20대 총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정 총장은 취임사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것을 선언하며 ‘최초의 공과대학 출신 총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서울캠퍼스에 ▲반도체공학과(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데이터과학과 ▲스마트보안학부 ▲융합에너지공학과를 신설, 202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등 기술 산실의 장으로 거듭나게 하도록 힘쓰고 있다. 더불어 취임 첫날 당시 총학생회장단과 식사 자리를 가져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불통 행정’의 개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선 창의고대·사람고대·화합고대의 기치를 내세우며 근미래의 혁신과 구성원 간 연대를 기원했다. 정 총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목전에 둔 현재, The HOANS에서 발전계획서를 토대로 그가 내건 공약이 얼마나 이행됐는지 점검해봤다.

현재까지 이행된 공약을 살폈을 때 학생들에게 가장 와닿는 것은 수강신청 제도 개편과 SK미래관 완공이다. 다중탭 금지로 서버 환경을 쾌적하게 하고 강의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과목신청 지연제를 도입하는 등 개편된 수강신청 시스템은 올해 2학기부터 적용돼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또한 지난 2016년 11월에 착공된 SK미래관이 작년 10월 문을 열며 정 총장의 8대 약속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미래형 캠퍼스 인프라 구축’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 SK미래관은 각 실마다 온·습도, 화재, 재실 등을 감지하는 IoT 센서가 설치돼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스터디룸 사용 신청 및 출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본교는 SK미래관을 실험장으로 삼아 캠퍼스 전반에 IcT/IoT 기반 인프라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반면 정 총장이 내건 ‘고대가족이 함께 실감할 수 있는 복지’는 아직이다. 대표적으로 캠퍼스 신축 및 증·개축, 기숙사 신축 등 각종 시설 확충 상황이 불투명하다. 홍보관이 철거된 지 2년째에 접어들었으나, 정경대학과 문과대학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인문사회관(가칭)은 공간 활용과 예산 문제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공사가 미뤄지면서 착공이 지지부진해진 상태다. 이에 지난 5월 정 총장은 “12월 중 착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한 바 있다. 자연계 기초교양관을 임기 내에 짓겠다는 공약 역시 이행이 요원해 보인다. 건축팀에서 근무하는 A 씨는 “해당 장소는 본교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 서울센터에 임대하는 곳이기 때문에 서울센터의 의사를 알기 전까지 진행되기 어렵다”며 현황을 알렸다.

또한 정 총장이 약속한 외국인 기숙사는 지난 2월 완공됐으나 정릉캠퍼스 호림관·진리관을 리모델링해 학부 및 대학원 기숙사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은 임기 내에 실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A 씨는 “논의와 수요조사는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다”라며 진행 상황에 대한 논의를 일축했다. 이외에도 ▲이중/융합전공 활성화를 통한 학습 선택권 확대 ▲학습자 중심의 실효성 있는 영어강의 제도 수립 등의 공약은 학생들과 밀접한 사안임에도 현재까지 크게 실효를 체감할 수 없었다.

정 총장의 공약 중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사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 총장의 임기가 2년가량 남은 지금, 그러나 공약이 그저 겉치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약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2학기 개강을 전후로 교수의회는 ‘총장 공약사항 평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 총장의 공약 이행을 점검하는 활동에 착수했다. 학생들 역시 정 총장이 학내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의 학교’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보일지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조수현·김민지·이채윤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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