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법과 교육의 엇박자, 위험한 생각으로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관련 법 조항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라고 판결했다. 1953년에 만들어진 낙태 처벌법의 개정은 많은 여성이 외친 결과이다. 법적으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가 선진화되고 있으며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2020년 말이 되기 전 과제가 있다. 법만 시대의 흐름에 맞고 교육이 따르지 않으면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 즉 생명의 경시 풍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낙태죄 처벌이 개정된다고 해도 낙태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며 최후의 선택이라는 의식을 키울 필요가 있다. 즉, 낙태 자체를 예방하는 방안을 세우며 여성의 몸과 새로운 생명을 동시에 지켜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구시대적이고 후진적인 성교육 개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보건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보건 교육은 1년에 약 10시간으로 편성돼있으며 이 시간 안에 성교육은 물론, 각종 영양 및 정신 건강 교육이 실시된다. 보건 시간에 이루어지는 성교육은 성폭력의 정의와 예방 방법을 주로 다룬다. 이러한 성교육은 여러모로 부족하다. 첫째, 우리나라 성교육은 남성을 배척한다. 성폭력 관련 성교육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하며 여성이 피해자로서 대처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남성도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는 교육은 특정 집단을 일반화하고 배척하여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둘째, 성폭력 예방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알아야 할 피임 방법이나 임신했을 시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설령 이 교육이 실시되고 있어도 여학생들에게만 집중적으로 가르쳐지고 남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무지하다. 셋째, 우리나라 성교육은 성관계를 “피해야 할 것”으로 가르치며 성욕 자체를 부정적으로 규정해 학생들에게 잘못된 성 의식을 남기고 있다. 일부 선생님들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고 표명하나 전문적인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 학생들의 비웃음을 산다. 성교육은 질과 양의 양측에서 문제가 있는 셈이다.

성에 대한 윤리적 교육 측면에도 문제가 있다. 도덕 시간에 학생들은 성과 사랑에 대한 윤리적 가치관을 배운다. 중학교 때 선생님은 ‘성과 사랑’의 단원을 매우 빨리 넘겼다. 선생님들은 학습할 내용은 많고 이 단원이 민감하며 “쉬운” 내용을 다룬다고 생각해 가볍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숙한 토의가 없는, 깊은 고민이 없는 도덕 시간은 학생들에게 그 어떠한 유용한 정보나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

청소년기는 유아기에 부모님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들이 무너지거나 수정되며 자기 주도적으로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가 가치관 형성의 마지막 시기는 아니나 청소년 심리 발달과 자아 정체성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가장 변화에 민감하고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이다. 그리고 청소년기 이후에는 가치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때 건강한 성 의식을 키우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서 방황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정보의 전달과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은, 선생님은 힘들고 학생들은 비웃는 성교육 수업은 개정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피임법의 종류, 부작용, 작동 원리를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에게도 가르쳐야 하며 필요할 때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또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을 교육을 통해 확립하며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생명 사이의 균형점을 학생들이 스스로 찾는 탐구 과정이 있어야 한다. 깊은 고민을 한 학생들만 미래에도 깊은 생각을 통해 자신의 몸과 타인을 몸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더 이상 성교육은 비웃음의, 두려움의, 무의미의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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