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실패자로 사는 것

아직도 내가 본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나에게 ‘국내 최고의 사립대학’에 입학했다며 성공했다고 축하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나 자신도 평소 꿈에 그리던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기에 매우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 있었던 많은 실패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만약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했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원서를 다르게 썼더라면 결과가 달랐을까와 같은 가정이었다. 이런 가정은 내가 원하는 바를 이뤄내지 못했던 실패의 순간에 느낀 아쉬움과 후회에 기반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이중 전공에 합격하지 못하면서 그 가정이 하나 더 추가됐다. 결국 나에게는 남들이 말하는 성공 뒤에 쓰라린 실패의 추억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발명왕 에디슨이 한 명언으로 실패는 어머니, 성공은 그 자식이라는 것이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실패한 원인을 찾고 고치게 된다면 이것이 밑거름돼 결국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보다 실패의 과정을 많이 겪었던 에디슨이었기에 이런 명언이 사람들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다. 나 또한 내가 실패할 때마다 이 명언을 마음에 새기며 실패가 성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굳건히 믿었다.

이 명언을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한 축구팀이 떠오른다. 저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축구 역사에 몇 번 없는 트레블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다. 이제까지 감독 펩 과르디올라에게는 구단 숙원 사업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기에 앞서 많은 실패의 순간이 있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번번이 전술적인 실패를 보이며 ‘명장병’이 있다고 조롱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비판하던 사람들을 향해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신을 증명했다.

만약 펩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그를 실패한 감독이라고 볼 수 있을까? 펩은 이미 이전에도 30여 개의 트로피를 따낸 감독이며 지금 당장 감독직을 그만두더라도 세계 명장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감독 중 하나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에게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시즌이 펩 본인에게는 아쉽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시즌으로 인식됐다. 펩은 인터뷰에서 “나는 무엇을 하던 실패할 것”이라며 강하게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펩이 자신을 성공한 감독이라고 생각해 왔다면 저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을까? 스스로 성공한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열망은 사라져 우승이라는 목표에 닿기에는 노력이 부족해질지도 모른다. 반면 다른 사람이 성공했다고 치켜세워도 자신은 실패한 사람으로 머무를 수 있다면 이미 많은 성공을 거뒀더라도 더 많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겪었던 실패의 순간을 얘기하면 대부분 ‘결론적으로 성공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식으로 얘기해 주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자로 살아가는 것을 경계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보여줄 때 성공한 사람으로 보여줘야 하며 현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비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항상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자로 기억하고 싶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는 명언이 있지 않은가. 이 명언의 주인공 히딩크는 다른 무엇보다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내가 실패했던 순간에 매몰돼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 실패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이미 성공했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실패자로 사는 것은 단지 열등감을 느껴서 혹은 정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큰 성공을 위해서다. 나는 나의 삶을 마치기 전까지는 실패자로 살아가고 싶다.

 

정상우 기자

jungsw0603@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