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저기압일 때 고기 앞으로

필자는 평소 고기 예찬론자다. 물론 삼시 세끼 고기만 먹는 건 아니지만 밥때만 되면 왠지 모르게 본능적으로 고기를 찾게 된다.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져 가는 고기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흐뭇해진다. 특히 고기가 익어가면서 풍기는 그 고소한 향과 육즙은 필자의 군침을 돌게 한다. 바싹 익힌 고기와 더불어 흰 쌀밥 한 그릇과 뜨끈한 된장찌개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이 정도면 가히 최고의 식단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고기 사랑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는 수도 없이 많다. 어릴 적 고기를 너무 많이 먹다 보니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예전에 부모님이 저녁 반찬으로 고기를 내오시면 재빨리 식탁에 앉아 허겁지겁 고기부터 주워 먹었다. 제발 채소 좀 먹으라는 부모님 잔소리도 뒤로한 채 고기를 먹는 데 여념이 없었다. 보통 고기와 함께 나오는 채소는 거들지도 않고 고기만 뜯는 자식을 보면서 아빠는 가끔 고기의 위험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고기는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이 기름 덩어리가 다 너한테 쌓인다…너 채소 안 먹고 그렇게 고기만 먹으면 나중에 병 걸린다…”

고기를 그만 좀 먹으라는 잔소리까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정도로 필자는 고기에 푹 빠져있었다. 지금도 필자는 고기를 즐긴다. 고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운동하고 먹으면 더더욱 맛있다. 고기를 먹을 때면 그날 하루 동안 쌓여있던 피로가 풀리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고 그날의 근심 걱정도 잊을 정도다.

갑자기 왜 뜬금없이 고기 예찬을 하는지 의아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필자가 지독한 무기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하기 귀찮다’였을 정도였다. 애초에 마음가짐이 이러니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될 수 있었을까. 학교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했으며 과제는 뒷전으로 미뤘다. 그러다 보니 밤늦게까지 과제나 호안스 기사를 쓰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날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마음이 점점 울적해졌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호안스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가슴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날이 지나가던 중 하루는 혼자 저녁을 먹게 됐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 필자는 기분 전환이나 할 겸 평소 좋아하는 고기를 먹으러 갔다. 그런데 고기를 먹자마자 거짓말처럼 그간의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싹 풀리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고기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편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놀랐다. 그간 무기력함을 풀기 위해 수없는 노력을 해왔던 필자였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의 약속도 평소 즐겨보던 마블의 신작 영화도 필자의 무기력함을 극복하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사소한 음식 하나가 필자의 마음을 달래준 것이다. 과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한 사람이 많은 시대다. 주변을 둘러보면 몸이 축 늘어져 있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지하철을 탈 때나 거리를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얻은 마음의 병이리라. 하지만 바쁜 나머지 무기력을 그저 사소한 이유로 치부하면서 방치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과제가 밀려서. 어떤 사람은 시험공부를 해야 해서. 하지만 가만히 놔두면 사소한 것이 쌓여서 마침내 폭발해 더 큰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통해 무기력을 극복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필자 역시 무기력함에 시달렸지만 앞서 언급한 경험으로 이를 극복한 바 있다. 마침 허심탄회 기사를 맡았기에 가벼운 글로 필자의 극복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저마다 각자의 고유한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가라고.

이정윤 기자
justinmanu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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