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3월을 맞이하다

코로나19와 함께했던 기나긴 밤에서 자그마한 빛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던 한 달입니다. 그러나 백신 이슈에서 눈을 돌리면 여러 분야에서 하루 지나 하루 새로운 소식이 나오는 논란이 가득한 한 달이기도 했습니다. The HOANS 취재부가 지난 한 달을 뜨겁게 달군 학폭 폭로부터 관심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던 홍콩의 이야기까지 3월의 소식을 전합니다.

 

배구 국대 쌍둥이부터 연예계까지, 불붙은 학폭 폭로

 

지난달 1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배구 프로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배구선수이자 국가대표 배구 선수인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학생 시절 복수의 피해자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악화된 여론에 두 선수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발표, 구단을 이탈했다. 이후 징계 조치로 구단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활동정지 처분을,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처분을 결정했으나 ‘무기한’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언제든 복귀가 가능함을 시사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쌍둥이의 학폭에 대한 추가 폭로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학폭 폭로는 두 선수에게 국한되지 않고 체육계, 나아가 연예계로까지 번져나갔다. 체육계에서는 폭로의 시작점인 배구계에서는 물론 야구계, 축구계 등 여러 분야에서 학폭은 물론 지도자에 의한 가혹행위의 폭로와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일부 아이돌 혹은 젊은 배우 등이 학창시절 학폭 가해자였다는 폭로가 십 여 건 이상 나오고 있다. 연이은 폭로는 한국에서 공인으로 취급받는 유명인의 과거 도덕적, 법적 문제를 드러내고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한국 사회에 환기했다. 그러나 동시에 무고한 유명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허위 주장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덕적 의혹이 있을 경우 당장 공적 활동은 물론 이후 재기도 어려운 한국 사회의 특성상 유명인에게 허위 폭로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한국 사회가 이러한 논란을 극복하고 단순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폭로전이 한국 연예계, 체육계 등의 도덕적 기준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쿠팡의 미국행, ‘로켓성장’ 가능할까

 

지난달 12일 국내 최대 이커머스 쿠팡이 이번 달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년간 꾸준한 적자를 입었음에도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부르며 최대 57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예상하고 있다. 2014년 아마존 풀필먼트를 기반으로 좁은 한국에 맞게 적절히 현지화한 ‘로켓배송’ 서비스가 특히 쿠팡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풀필먼트는 한 물류업체가 물건을 미리 보관해 판매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서비스로 배송은 빠르나 상당한 유지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과거 쿠팡 적자의 원인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증가해 현재는 흑자 기조를 유지 중이다.

이번 상장을 통해 쿠팡은 자금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규모를 키우게 되면서 ‘만성 적자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올해 초 쿠팡이 화물차 운송사업자 면허를 취득해 제3자 택배업 재진출에 성공함으로써 배송과정에서의 효율이 상승, 동종업계 최대 경쟁자인 네이버를 이미 압도한 상태다. 경쟁사의 경우 네이버는 아직 CJ대한통운과 제휴한 네이버식 풀필먼트 서비스를 계획 중에 있는 상태고 대형 백화점은 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지 못해 쿠팡의 시장지배력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쿠팡은 상장신고서에 노동자와 독립계약자의 특성을 모두 가진 플랫폼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만 명시해 노동자성(性)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이 근로 중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법적 청구 비용이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경영관리 측면에서 평가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플랫폼노동자의 안전 및 처우개선 이슈가 불거지고 있어 이같은 사안이 투자 위험 요소로 꼽힌다. 양날의 검을 지닌 쿠팡의 로켓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끊이지 않는 비트코인 논란

 

비트코인이 투기 과열 및 가격 변동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데스크(coindesk)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3만 달러 선에 머무르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17일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상승세의 배경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있었다. 머스크는 개인 SNS를 통해 꾸준히 비트코인을 두둔한 것은 물론,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약 15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주도했다. 고객들이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머스크는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돌연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금보다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게 낫다”라는 트윗을 올린 지 단 이틀 만이었다. 이후 비트코인은 약 이틀 정도 횡보를 보였지만 지난달 말에는 4만 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다. 개인의 발언이 심한 가격 변동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비트코인 비판론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와 같은 부자가 아니라면 비트코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로 우려를 표했다.

비트코인 투기 과열 자체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매우 비효율적인 수단”이라며 비트코인 투자 과열 양상을 비판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지나치게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비트코인은 내재 가치가 없는 자산”이라며 왜 가격이 급등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떠오르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비트코인이 비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젠 선거법까지, 점점 강해지는 중국의 홍콩 압박

 

작년 7월 국가를 분열시키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화제가 됐던 홍콩이 다시 한번 들끓고 있다. 매년 3월 열리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올해 행정장관 선거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행정장관은 홍콩의 행정 수반이자 최고 책임자로, 현재는 제5대 행정장관 캐리 람이 재직 중이다.

중국이 행정장관 선거 방식을 바꾸려 하는 이유는 2022년에 있을 다음 행정장관 선거에서 반중파 정치인이 선거인단에 많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행정장관은 본래 1,2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 이 1,200명 중 117명은 홍콩 자치구 구의원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자치구 구의원은 2019년 11월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선출된 반중 성향의 정치인들이 주로 의석을 차지한 상태다. 이에 중국은 구의원에게 주어지는 선거인단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친중파 정치인으로 구성된 입법회의 직능대표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전인대가 이끄는 고위급 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의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방식이 통과되면 홍콩 내 반중의 목소리는 행정장관 선거에 전혀 반영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작년에 미리 통과시킨 홍콩 국가보안법을 활용해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 인사들을 기소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시켰다. 이는 선거제 개편에 이뤄지기 전까지 반대파를 구금해 두기 위한 정치적 동기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번 대회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이 결정되지 못할 경우 행정장관 선거를 연기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는 지침이 나오기도 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이어 이번 선거법 개정까지 중국의 홍콩 지배력 강화 시도는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신형목·김원겸·김준범·최승원·최혜지 기자 mogi20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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