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4월에 호안 맺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뒤숭숭한 시기가 계속되는 듯합니다. 어려운 시기라도 이겨내고자 노력하면 언젠가 결실을 맺어 안정된 시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달의 이슈를 모아서 전해드리는 호안은 이번 4월호가 마지막입니다. 더 세심한 호안(虎眼)을 갖추고 더 나은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얼룩말 세로의 일탈

 

지난 23일 광진구에 위치한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세로’라는 이름의 얼룩말이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세로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나무 데크를 부수고 나와 광진구의 차도와 인도를 약 3시간 동안 활보했다. 2대의 차량이 경미한 파손을 입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세로는 경찰에 의해 포획돼 동물원으로 돌아가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동물원 측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로가 2년 전 부모 얼룩말들을 모두 잃고 집에 들어가나 인근 축사의 캥거루와 싸우는 등 심리적으로 미약한 상태였다며 이번 탈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세로의 탈출이 세로와 시민 모두에게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던 만큼 동물원 측도 비판을 피해갈 순 없었다. 지난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최태규 수의사는 “동물원에서는 그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서 어떤 행동을 하든지 탈출을 막아야 하는 건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게 비상식적”이라며 동물원 측의 미흡한 관리를 비판했다. 이에 동물원 측은 올해 상반기 내로 세로 우리의 울타리를 목제에서 철제로 바꾸고 낡은 건물을 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로의 탈출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가지각색이다. 누리꾼들은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의 꿈을 대신 이뤄주자며 세로를 의인화한 다양한 패러디 이미지들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가둬 놓는 방식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언론은 ‘조실부모, 얼룩말 세로의 탈출 방황’이라며 짧은 일탈로 표현하고 있지만 세로의 탈출은 그리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동물원 환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기소, 미국 정치계에 반향 일으킬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맨해튼 대배심에서 2016년 선거 당시 전직 AV 배우와 성관계 후 은폐를 위해 지불한 돈을 장부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기소당한 사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얽힌 사법 리스크가 화두에 올랐다. 작년 11월 트럼프 기업(The Trump Organization)은 사기 및 사업 기록 위조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혐의에 대해 일체 부인했으며 전 CFO만이 기소된 상태였으나 다시 주목받은 것이다. 미국 언론 CNN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개 이상의 사업 사기 관련 혐의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된 당일에 성명을 발표해 “이는 미국 역사에 유례없는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그는 지난달 18일 본인 SNS에 ‘전 대통령이 체포될 것’이라고 게시하며 지지자들에게 항의를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다는 발표 후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 2달 만이다. 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대선 출마는 가능하기에 그에 대한 국민 여론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이 도리어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더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실시한 미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미국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다. 특히 그의 혐의는 득표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간계층의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의 향후 행방이 주목된다.

 

JMS, 추악한 신의 민낯

 

지난달 3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됐다.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이하 JMS) 등 사이비 종교 교주 4명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중 JMS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미 2009년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JMS는 2018년 출소 후 3년 동안 외국인 여성 신도 2명을 22차례 준강간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또다시 기소됐다. 홍콩 국적 피해 여성 ‘메이플’이 신상을 공개하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한국인 여성 3명도 똑같은 혐의로 JMS를 고소했다.

JMS는 자신을 메시아(구세주)라 칭하고 매체에 대한 접촉을 일절 금하는 방식으로 신도들을 세뇌해왔다. 특히 JMS는 젊은 여성 신도들을 ‘신앙 스타’로 뽑아 성적으로 착취했다. JMS가 “성적 관계를 통해 1만 명의 여성을 하늘의 애인으로 만드는 것이 하늘의 지상 명령”이라고 주장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JMS 신도 사이에서 태어난 ‘JMS 2세’는 더욱 철저히 세뇌당했다. 지난 30일 MBC 〈실화탐사대〉에 JMS 2세들이 출연해 JMS에서의 삶을 폭로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집 전체가 JMS의 얼굴로 도배돼 있었으며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게 된 부모님이 그에게 ‘살아있는 지옥을 보여 주겠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JMS는 지금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되려 외국인 여성 신도 2명을 고소해 공분을 사고 있다. JMS의 범행은 이전에도 계속됐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번 다큐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사이비 종교 범죄를 뿌리 뽑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사우디-이란 국교수립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지난달 10일 사우디-이란 대화를 통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고 양국에 대사관을 설립하겠다고 공표했다. 국내 안정을 취하고자 하는 사우디와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란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간 양국은 이슬람 세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대립해 왔으며 특히 지난 2016년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가 이란의 반대에도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한 사건 이후로는 외교마저 단절된 상태였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이라크 등의 중재로 여러 차례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번 합의를 기점으로 두 나라의 긴장관계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또한 양국은 2001년 체결했던 안보협력협정을 비롯해 ▲무역 ▲경제 ▲투자 등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뜻을 밝혔다.

한편 해당 합의가 베이징에서 열린 사우디-이란 대화에서 맺어지며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이 주목받았다.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이와 관련해 “선의를 가진 중재자로서 중국은 책임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본래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구도와 달리 중국이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중동 국가에서 생산되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따라서 이번 중재를 계기로 주로 미국 달러로 이뤄지던 원유 대금 결제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14일 중국과 사우디가 위안화 대출 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현재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달 27일 양국 외교부 장관의 통화로 국교 정상화 후속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 외교 관계가 변화를 일으키는 가운데 전망이 주목된다.

 

유성규·박예나·김은서·조유솔 기자

ysg601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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