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5월을 함께하다

푸르러서 더욱 아쉬운 5월입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한데 모여 봄을 만끽했던 예년과 달리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재난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호안은 같이 알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야기로 구성했습니다. 모두를 위해 홀로 있어야 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The HOANS 취재부가 집에 계시는 독자 여러분께 세상 소식을 전합니다.

 

연이은 촉법소년 범죄, 대책은

올해 3월 중학생들이 렌터카를 훔쳐 달아나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보도되며 촉법소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했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뜻한다. 이들은 14세 미만으로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법상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함께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가 보도되며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촉법소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고 형의 무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3월 사건은 차량 절도 혐의와 더불어 ▲무면허운전 ▲뺑소니 ▲피해자 사망 등으로 인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되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이처럼 촉법소년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법무부 산하 소년분류심사원에 넘겨지거나 조사 후 석방으로 부모에게 인계조치 된다. 이들은 사건의 응보로서 사회봉사명령과 보호관찰 등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최장 2년의 소년원 보호처분이 최고 수준의 조치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7일 소년범죄 관련 정책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한편 청소년의 사회 복귀와 교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혹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안이 국회 내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촉법소년에 대한 징계 방침이 달라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무원 인건비 삭감, 기준은 어디?

지난달 16일 오전 정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확보를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이를 위해 6천 950억 원가량의 인건비를 삭감하기로 했다. 이 중 3천 950억 원은 연가보상비를 줄여서 확보하고 2천 3백억 원은 공무원 채용 시기를 2분기 이후로 연기해 마련키로 했다.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질병관리본부와 지방 국립병원의 인건비가 삭감된 데 반해 국회나 청와대 등의 기관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총 7억 원의 연가보상비 삭감을 겪었으며 지방 국립병원들도 수천만 원가량의 인건비를 덜어내야 했다. 하지만 ▲국회 ▲청와대 ▲국무조정실 ▲인사혁신처 등의 인건비는 그대로 유지돼 자의적 기준에 따른 인건비 삭감이 아니냐는 비판이 부상했다. 정부는 “신속한 추경 심사를 위해 연가 보상비 부처를 최소화하려다 일어난 일”이라며 “추경안에 반영되지 않은 나머지 34개 기관은 추경 국회 통과 즉시 예산집행지침 변경을 통해 연가보상비가 지급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삭감 기준에 대해 정부는 “인건비 규모가 크고, 다른 재정사업이 추경 사업에 포함된 행정기관”을 먼저 삭감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의 합리성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추경안의 심사 이후 예산집행지침을 변경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심의권한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는 지적이 새로이 제기되며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난 김정은 사망설

2주 동안 수많은 루머를 낳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설이 끝을 맺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진행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20일 동안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사망설마저 제기됐던 김 위원장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사진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사진을 재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같은 날 조선중앙TV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준공테이프를 끊는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내며 조작설은 힘을 잃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달 21일 CNN에 의해 처음 보도됐다. CNN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같은 달 15일 태양절 참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후 등장한 중태설은 보도 즉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CNN 보도 이틀 후 열린 NSC 상임위원회에서 “현재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정부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걷거나 일어서지 못하는 상황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탈북자 출신인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밝히며 정부 발표와 정면으로 대치했다. 이후 김 위원장의 활동사진이 공개되자 지 당선인은 “김 위원장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지켜보자”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여당이 두 당선인에 대한 공세를 시작한 만큼 발언의 여파는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패색 짙은 집단면역 실험

질병관리본부는 집단면역을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상태’로 정의한다. 집단 내 다수의 면역력으로 질병의 전파 속도를 늦추고, 이를 통해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의 전염 가능성까지 낮추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많은 국가가 봉쇄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과 스웨덴은 집단면역 방침을 연상케 하는 정책을 펼쳐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3월 초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겠다며 ▲국민에게 일상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식당과 상점의 영업을 중지하지 않으며 ▲휴교령을 내리지 않는 등 주변 국가와 사뭇 다른 방역 정책을 펼쳤다.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스웨덴 국립보건원 소속 감염학자인 안데르스 텡넬은 “집단면역 정책이 아니”라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단시간에 사라질 질병이 아니기에 봉쇄가 아닌 완화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국의 결정을 변호했다. 영국 수석과학보좌관 패트릭 밸런스 또한 “국민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며 집단 면역 정책을 유지할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영국과 스웨덴의 ‘도박’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경우 수도 스톡홀름을 비롯한 몇몇 도시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2일 기준 감염자는 2만 2천여 명이며 사망자는 2천 6백 명으로 사망률이 12.1%에 달한다. 독일 도이치벨레는 폭증하는 감염자에 스웨덴 정부는 봉쇄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도 정부가 집단면역 정책을 유지할 시 최대 26만 명이 사망한다는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발표 이후 대규모 ‘락다운’을 선언하며 집단면역 정책에서 서둘러 발을 뺐다. 다른 길을 갔던 영국과 스웨덴마저 입장을 선회하며 세계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로 모이는 듯한 모양새다.

 

 

장윤서·권민규·오성원·황제동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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