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6월을 마중하다

어느새 2020년의 반환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절반을 뒤로한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는 개원했고, 학생들은 다시 등교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호안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논란을 담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반년이 순탄하기를 바라며, The HOANS 취재부가 독자 여러분께 세상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구속은 피했다지만

지난 4월 초 업무 중 집무실로 부하직원을 불러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2일 기각됐다. 부산지법 조현철 부장판사는 “사안은 중하지만 피의자가 범행 내용을 인정하고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 원칙을 적용했다”고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오 전 시장 측 변호인단은 오 전 시장이 본인에게 발생한 문제를 외면하고자 하다 보니 “인지 부조화가 발생해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우발적인 범행이었음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참고인 진술과 범행 후의 모습을 고려할 때 계획적인 범행”임을 주장하며 구속의 적실성을 주장했지만 영장 기각이 이뤄지면서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됐다.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피해 직원을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여성·시민 단체 연합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보도자료를 내고, 권력에 의한 성범죄 예방과 공직의 무거움을 알릴 기회를 법원이 놓쳤다며 규탄을 가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다솔 상담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자가 업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부의 기각 결정에 처벌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향후 강제추행 혐의 외에도 ▲총선 후에 시장직을 사퇴한 경위 ▲시기 조율에 대한 의혹 ▲외부 인사의 개입 여부 ▲또 다른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 근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직자의 성추행 사건이 엄벌을 받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로 남게 된 공인인증서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공인인증서가 2020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공인인증서는 사용자의 불편을 야기하고 보안의 측면에서도 오히려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결국 국회가 5월 20일 본회의에서 공인인증서 제도의 폐지를 포함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공인인증서는 그 역사를 마무리했다.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공인인증서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개발한 개인인증 방법을 통해서도 금융거래와 기타 업무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공인인증서 제도의 폐지와 함께 각종 대안이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주식회사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페이 등에서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 비밀번호 6자리만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역시 자체 모바일 인증서나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시스템을 도입 중에 있으며, 은행권이 모여 뱅크 사인을 발급하는 등 다양한 인증 방식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 공인인증서 발급 서비스를 해왔던 금융결제원은 새로운 인증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새로운 인증 서비스는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으며 ▲기존의 1년에서 3년으로 갱신 기간을 연장하고 ▲자동으로 갱신이 가능하도록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통과가 공인인증서의 효력 정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기존 공인인증서의 사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설업체의 인증서들이 공인인증서와 같은 효력을 가질 수 있게 됐으나 보안 등에 있어서 아직 검증이 완료되지 않아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특별지위 뺏기나

지난달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박탈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홍콩에 대한 중국의 침략과 영토의 자유를 훼손하는 시도들로 인해 홍콩이 더 이상 자치권이 없다”며 “홍콩 정부에 특별한 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을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 정책 법에 따라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등에서 홍콩에 특별 지위를 부여해 왔다. 만약 이번에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다면 홍콩은 중국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제재 시한이나 구체적인 특혜 제거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미국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결과라고 봤다. 현재 홍콩에는 1,300여 개의 미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재작년 기준 8만 5000여 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홍콩은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홍콩은 미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에 속하며 연간 양측 무역액 규모는 670억 달러에 달한다.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는 데 미국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당국은 아직 미 정부 측 움직임을 주시하는 모습이지만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의 극단적인 전술은 자살 행위라” 밝혔다. 홍콩 정부 또한 3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은 홍콩 내 안보를 수호할 정당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홍콩에 대한 제재는 상호호혜적인 홍콩-미국 관계를 무너뜨릴 뿐”이라고 밝혔다. 중국 대외투자와 외자 조달 대다수가 홍콩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조치는 중국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홍콩이 세계 4위 국제금융시장으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미국의 다음 수가 주목된다.

 

21대 국회 반쪽 개원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됨과 함께 21대 국회는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16년 만에 제때 이뤄진 개원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반쪽짜리’에 그쳤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통합당은 국회의장 표결에는 불참하겠다며 “합의되지 않은 본회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주 원내대표의 의사진행 발언 이후 통합당 의원들은 일제히 회의장에서 일제히 퇴장했다. 이에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 역시 선출되지 못했으며 대통령의 개원 연설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임위원회 배분을 비롯한 여야의 원 구성 갈등이 결국 집단 퇴장이라는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초유의 단독 개원 사태에 여야는 서로 책임을 넘기기 바빴다. 5일 개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민주당은 통합당의 집단 퇴장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법제사법위원장 등 요직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법제사법위원장은 본회의에 상정될 안건을 실질적으로 최종 결정할 수 있어 그 권한이 매우 크다. 통합당은 17대 국회 이래로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이 맡아 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178석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시 의장 직권으로 상임위 배분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빠른 합의를 종용했다. 첫날부터 잡음을 일으킨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장윤서·권민규·오성원·황제동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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