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9월을 마주보다

이제 겨우 한숨 돌렸나 싶었건만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벽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주춤했던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 조치됐고, 재도약을 준비하던 경제는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두려운 상황에선 눈과 귀를 닫고 익숙한 것으로 도망치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마주봐야 하며, 다가오는 문제들을 직시해야 합니다. The HOANS 취재부에서 우리가 함께 바라봐야 할 사안들을 전합니다.

 

대한민국을 덮친 디도스 공격

지난달 20일 본교 2학년 수강 신청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커에 의해 디도스 공격이 가해졌다. 디도스(DDOS)는 좀비 PC 등을 통해 특정 사이트가 소화할 수 없는 규모의 접속 통신량을 한 번에 일으켜 서비스 거부를 유발하는 해킹 기법을 말한다. 공격 시도가 계속되자 본교 교무처는 결국 수강 신청을 전면 무효로 하고 24일로 수강 신청을 연기했다. 수강 신청 사이트가 공격을 받은 것은 19일 유사한 사태를 겪은 중앙대에 이어 두 번째다. 금융권 또한 공격 목표가 됐다. ▲신한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광복절 연휴 기간에 디도스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온라인 금융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3개 은행은 공통적으로 ‘아르마다 컬렉티브 (Armada Collective)’라고 자칭하는 해커로부터 공격 전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르마다 컬렉티브’는 2017년 비슷한 수법으로 디도스 공격을 자행한 적이 있는 유명 해킹 집단이다. 다행히 세 은행 모두 우회 서비스를 통해 지연 현상을 금방 막을 수 있었기에 큰 피해는 없었으나, 26일에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으면서 2시간가량 일시 정지되며 불편을 낳았다. 25일 금융보안원이 시중 은행들은 더욱 강력한 디도스 공격을 예고하는 협박성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히며 금융권은 다시금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한 디도스 공격이 잇따르면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뉴질랜드 증권거래소의 업무가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3일 동안 산발적으로 중지되는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속들이 발생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종인의 통합당, 극우와 결별하나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통합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약을 “글자 하나 남기지 않고 지웠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일부 의원의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막말과 그에 대한 미진한 대응에 대해 사죄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사실에 대해 광주 시민에게 사과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보수 정당의 지도자 자격으로서의 행보라는 점과 두 사안 모두 통합당 내외의 극우 세력에게 민감한 주제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다소 이례적인 행보는 총선 이후 당내 지형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고 풀이된다. 당내 극우 세력으로 분류되던 김진태, 민경욱, 차명진 등 의원들이 낙선해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총선 참패의 원인이 극우를 놓지 못해 중도 표심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 당은 저희와 다르다”며 선을 그었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당 안에서 극우와 단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통합당 정당정책개정특위가 내놓은 정강정책 개정안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사회 양극화 해소 등 진보적 의제가 반영됐다. 통합당이 단행하고 있는 변화가 총선 참패에서 회복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차 마시고 쓰러진 푸틴의 정적

지난달 20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정치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식불명 상태로 옴스크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의 대변인 키라 아르미슈는 나발니가 당일 오전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던 중 기내에서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비행기가 비상착륙했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독일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나발니 측은 그가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마신 차를 통해 독살 시도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독일 정부 또한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야권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재야 정치인으로, 2014년 본인이 창당한 진보당을 이끌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그는 2008년 러시아 대형 국영기업의 비리와 부패 의혹에 대한 글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미디어를 통해 푸틴 정부의 부패를 폭로하던 그는 2011년 러시아의 부정선거 사태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중앙선관위가 횡령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2018년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던 나발니는 작년 측근이 러시아 북극 기지로 강제 징집되고 가족의 계좌가 정부에 의해 동결되는 등 정부와 꾸준히 대립각을 세워왔다.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의혹을 강력히 부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자국 의료진이 검토한 결과 독성 물질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나발니에게 나타난 콜린에스트라아제 수준 저하는 다른 약물 복용으로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과거 크렘린궁에 맞선 인사들이 홍차를 마시고 사망한 선례가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이 의심을 벗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역대 최장 장마, 수해와 함께 논란도 남겼다

지난 6월 24일부터 54일간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재산 피해와 인명 사고가 속출했다. 지속적인 강우로 소양강댐과 팔당댐의 초당 방류량이 수천 톤에 이르며 한강 수위가 크게 높아져 한강공원은 9년 만에 침수됐고, 잠수교는 12일간 출입이 통제돼 완공 이래 최장기간 통제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장마 동안 천 건 이상의 산사태가 발생하고 16명이 사망했다. 이번 수해가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부실 대응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6일 춘천 의암댐 상부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선 선박 3척이 전복되며 승선 인원 7명 중 5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춘천시청을 압수수색에 나섰다. 또한 지난 7월 23일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3명이 숨진 것에 대해 사고 당시 직무유기 혐의로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22일 부산경찰청의 조사를 받았다. 정치권은 이번 홍수 피해가 4대강 사업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통합당은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이 커져 수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4대강 사업이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길어진 장마로 인한 피해 복구와 예방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가 됐다. 환경부는 수해 지역의 피해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댐 ▲하수도 ▲홍수예보체계 등의 현황 진단과 근본적 홍수관리대책 마련을 목표로 ‘기후 위기 대응 홍수대책기획단’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장마 수해 복구가 미처 다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태풍 ‘바비’와 ‘마이삭’이 차례로 한반도를 강타하며 한반도의 수해 복구와 대비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졌다.

 

 

장윤서·김원겸·김준범·권민규·신형목·이가영·황제동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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