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기어코 진행되나

지난달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에서 생성된 오염수를 해상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0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늘어나는 오염수를 계속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논란이 되는 추세다. 오염수의 유해성 여부를 두고 방류를 반대하는 집단들과 일본 정부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환경 파괴를 둘러싼 갈등부터 국익 침해를 막기 위한 인접국들의 외교전까지 파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오염수 방류가 큰 화제가 되는 지금 The HOANS에서 사건의 진행부터 주요 쟁점까지 정리해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오염수

 

오염수 발생의 기원은 2011년 3월 동일본을 덮쳤던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생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 설비들이 침수해 원자로는 제어 불능이 되고 내부 온도는 끊임없이 상승했다. 결국 4개의 원자로 중 1·2·3호기가 폭발하며 방사능이 누출됐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투입한 냉각수와 지하수 등이 유독한 방사능에 노출된 결과 오염수가 대규모로 생성되기 시작했다. 발전소를 관리하는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이를 지상 탱크와 지하 저수조에 나눠 보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2013년에는 지상과 지하 저장고에서 각각 오염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출된 오염수는 수백 톤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 부실로 유출 사고가 여러 번 발생하자 당국은 이를 관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오염수의 양도 난제였다. 2013년 8월 기준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오염수는 약 43만 톤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최소 100만 톤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저장 공간을 늘리는 것으로 이를 해결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관리 당국을 중심으로 오염수를 처분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를 통해 오염수 처리 방안을 모색했다. 2019년 말 이들은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거나 ▲수증기로 대기 중에 방출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이하 원자력규제위)에서 전자가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내세우며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당초 2020년 내 해상 방류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코로나19와 아베 총리 사퇴 등 정국의 혼란이 겹쳐 결정은 다음 해로 미뤄졌다.

일본 정부가 해당 사안에 대한 결단을 내린 것은 지난달 13일이었다. 이날 오전 개최된 각료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처리수(오염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을 완전히 폐로하는 2040년대까지 약 30여 년에 걸쳐 오염수를 해상 방류하겠다는 것이었다.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을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오염수 처리 방침을 이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침이 결정된 이상 절차적으로는 해상 방류가 가능하게 됐으나, 원자력규제위의 승인과 준비 작업 때문에 실제 방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방류를 둘러싼 쟁점과 논란

 

관련 당국은 ▲다핵종 제거 장비(ALPS)로 유독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과정을 거친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사능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ALPS 정화 작업을 거친 오염수는 대부분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서 방사선을 내뿜는 대표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시간이 넉넉한 점도 일본 정부가 유해성 논란에 반박하는 근거 중 하나다. 오염수를 한 번에 방류하지 않고 30여 년에 걸쳐 작업을 진행하므로 충분히 안전성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에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정화 작업으로도 충분한 정상 가동 중인 원전의 처리수와 달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사고 과정에서 훨씬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뒤섞여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린 상황”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는 일반 원전 냉각수에 섞인 것과 질이 다르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 정부가 안전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ALPS 장비가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혼란스러운 국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오염수 보관 공간이 다 찼다면 부지를 확장하는 등의 대안도 마련할 수 있으나, 지난 몇 년간 해상 방류에 큰 비중을 두며 다른 해법을 찾는데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다. 이는 방사능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부적합한 태도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인사들의 실언도 불에 기름을 부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각료 회의 후 기자회견장에서 “그 물(오염수)을 마셔도 별일 없다”는 발언을 해 큰 파문이 일었다.

 

주변국은 반발, 미국과 IAEA는 옹호?

 

일본 국내에서도 오염수 방류 정책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이 작년 11~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했으며,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2%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 어민은 결정 이후에도 시위를 이어가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겪었던 수산물 수요 급감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도쿄 전력이 어민의 이해를 구해 오염수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이번 결정서 어민 단체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방류 결정 자체는 지지하는 분위기나 차기 선거에 영향을 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일본 야권은 전체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정조회장은 “오염수 저장 공간에 약간의 여유가 있고, 인접한 자치단체 지역도 포함해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 밝히며 방류 결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국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있었던 당일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울러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도 오염수 방류 건을 두고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를 지시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나갔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사안에서만큼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제사회와 주변국, 자국민도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역시 윤희석 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일본의 결정을 지지하는 추세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며 IAEA가 엄격한 감독 기준을 마련했을 것이라 본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다른 인접국들은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전면 반대에 나섰다. 중국은 일본 정부의 방류 발표가 있은 지 이틀 후 주중 일본 대사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일본 동부 해상과 가까운 대만 역시 유감을 표명하며, 어업 등 자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던져진 주사위, 과연 행방은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원자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수가 꾸준히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주변 수맥의 지하수도 원전으로 유입돼 전문가 추산에 따르면 일일 약 수십 톤에서 백여 톤의 오염수가 추가로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러 조치를 통해 증가하는 오염수의 양을 줄이는 한편, 저장 공간의 한계 등을 고려해 이미 생성된 오염수는 2051년까지 정화 작업을 거쳐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지만 다량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방류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독성이 제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일본 국내에서 처리하기는 위험성이 부담스러워 바다에 방류한다는 점에서 모순된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염수 처리 과정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될지, 일본과 타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는 않을지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최승원·김준범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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