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 ‘좌충우돌’ 혼란스러운 정치권

지난달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여야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서울, 부산 시장 선거 모두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이 여당을 상대로 승리했고, 여타 선거에서도 전라남북도 기초의원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했다. 혼란에 휩싸인 여당에서는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반성의 방향을 두고 개혁 강화와 속도조절의 노선 사이에서 내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 역시 자중지란으로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의 승리는 ▲해묵은 계파 갈등의 재부상 ▲국민의당과의 통합 ▲서병수 의원의 발언으로 인한 탄핵 부정론 재등장 등 수많은 이슈들로 얼룩졌다. 제3지대에서도 여러 인물의 행보가 주목받으며 정치권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여당은 좌클릭? 우클릭?

 

여당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구로구를 포함한 모든 자치구에서 패배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박형준 당선인이 62.7%, 김영춘 후보가 34.4%를 득표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여당과 청와대는 반성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여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이날 총사퇴했으며 사퇴 회견에 최고위원 전원이 함께했다. 지속되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와 선거 완패라는 결과 속에서 친문 지도부가 사퇴하자 억눌러져 있던 여당 내 비문, 반문 세력의 입지가 넓어졌다.

민주당 내 비문의 입지 강화는 선거 패배 이틀 만에 2030 초선 의원들이 발표한 반성문에서 드러난다. 반성문은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와 전 시장들의 성추문 사건 등 과거 여권 정치인의 잘못을 지목하고 있다. 이전의 친문 일색 당 분위기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자기 성찰적인 성명이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다른 방향의 반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친문 세력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속도조절론과 자기반성론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오히려 민주당이 역동성 있게 나아가 기존의 기득권 이미지를 탈바꿈해야 민심 수습이 가능할 것이라 주장했다.

계속되는 노선 갈등 속에서 민주당은 2주간 경선 끝에 지난 2일 당대표·최고위원 선거를 치렀다. 당 대표에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송영길 의원, 원내대표에 친문 윤호중 의원이 당선됐으며,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친문 성향이다. 이에 당 대표는 ‘비문’이 올라 선거 이전에 비해서는 축소된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당선자를 고려할 때 여전히 강성 지지자들의 입지가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는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정책 개선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일 송 대표는 부동산 특별위원회를 재구성해 선거 참패의 대표 원인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정책 전반을 점검했다. 송 대표는 친문 세력의 반발을 꺾고 주택 대출 규제와 종부세 경감을 검토하는 등 이달 안에 수정된 대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같은 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청년 일자리 확대를 당부했고,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모병제와 병행한 여성 징병제를 건의하는 등 여당은 청년 맞춤형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 및 당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며 당내 갈등 또한 봉합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불안한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승리한 야당, 계파 갈등으로 회귀하나

 

국민의힘은 재보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곪아있던 당내 계파 갈등이 급부상하며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지난달 14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에 의해 건의되며 또다시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이후 강성 친박으로 평가받는 서병수 의원이 탄핵 자체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탄핵에 대한 당내 갈등이 다시 폭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를 성공시켰던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로도 갈등을 겪고 있다. 규모가 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의 흡수합당을 통해 세를 확장하기를 원하지만 국민의당은 신설합당, 즉 당대당 합당을 통해 합당 이후 정치적 지분을 보장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갈등 끝에 양당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안 국민의당 대표의 회동 이후 당대당 통합의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원론적 수준을 넘어선 구체적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또한 김 전 비대위원장과 같이 통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되고 홍준표, 윤상현 의원 등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를 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며 야권 통합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당내 갈등과 힘겨루기를 잘 보여준다.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은 김기현 의원이지만, 결선 투표에 친박 김태흠 의원이 오르고 비박 권성동 의원이 떨어진 것을 두고 당내 친박의 세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결선 투표에서 김기현 의원이 압승을 거둔 것을 두고 계파 갈등과 탄핵 부정 주장에 반감을 가진 초선 의원의 세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당내 세대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당선 이후 김기훈 원내대표는 사면론이 오 시장과 박 시장의 개인 주장이라며 당 차원에서 사면을 건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통합보다는 ‘자강’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히며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선 당내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이 승리했지만 다음 달 열릴 전당대회에서 친박의 집단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국민의힘 당내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풍문만 가득한 제3지대

 

거대양당이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3지대에서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각종 풍문이 불거졌다. 재보궐선거 직후에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 창당설이 불거졌다. 여기에 금 전 의원이 “윤석열 전 총장이 들어올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얘기하며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입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김 전 비대위원장이 신당 창당 거부 의사를 밝히며 해당 안은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정치계의 구애와 견제는 여전하다. 각종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입당을 요청하고 있고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을 기정사실화한 채로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축소·은폐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국민의힘 김용판 전 의원은 지난달 윤 전 총장에게 “진정성 있는 고해성사”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말했듯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서 소위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해 강성보수층으로부터 얻은 반감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강성보수층의 반발이 심해지자 제3지대설이 유력해졌다. 이전의 금태섭, 김종인과의 신당 창당과 같이 구체적인 안은 없지만 제3지대에서 중도보수 세력을 규합하고 이후 윤 전 총장이 정치적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아사리판”이라며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부정하고 신당 창당 혹은 입당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러 풍문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이 직접 공식적 메시지를 보내지 않자 일각에서는 그의 정계 진출, 그리고 대선주자로서 가능성에 회의를 느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주영, 안철수와 같이 한 명의 강력한 대선주자에게 의존하는 역사를 보여온 제3지대의 특성상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 포기는 제3지대 논의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왕좌왕 정치권, 어떤 결말 맞을까

 

여당이 참패한 지난달 재보궐 선거 이후 여야와 제3지대 상관없이 큰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 여당은 뚜렷한 방향을 정립하지 못한 채 노선 투쟁에 한창이며 야당은 탄핵 평가와 야권 통합을 두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또한 풍문만 나돌 뿐 명확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존립에 위기를 맞고 있다. 좌우 상관없이 곤란을 겪고 있는 ‘좌충우돌’의 상황에서 한국 정치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신형목·김원겸·최혜지 기자
mogi20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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