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인물] ‘영철 버거’ 대표 이영철

지난 5월 8일, 영철버거가 노벨광장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고 새로이 장사를 시작했다. 고려대학교 학생과의 진정한 ‘인연’이라고 할 만한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를 The HOANS에서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반갑다.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이다. 버거가 본분이지만, 요즈음은 버거에만 집중하는 대신 시대 변화에 맞춰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밤에는 가벼운 펍처럼 ‘영철버거’를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교수님들까지도 찾아와 주셔서 항상 감사드린다.

– 현재 위치로 가게를 옮긴 이유가 궁금하다.

이번에는 이공계 캠퍼스 쪽에 집중해보려 한다. 학생들과 정답게 소통하고 내 마음도 치유하자는 의미로 자그마한 둥지를 텄다. 본래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뒷살이길 건물 2층에 가게를 냈었지만, 오랜 세월 장사를 해보니 핸디캡이 있는 2층에서 장사를 더 길게 하게 된다면 학생들에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래도록 고대생의 관심을 받았고 외부에서도 알아봐 주면서 더 마음이 급해지는 것도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다급하게 가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개운사길 노점상에서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 이공계 캠퍼스로 옮기면서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다면.

역시 이공계 학생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물론 와중에 가끔 인문계 캠퍼스에서 왔다고 하면 너무나 감사하다. 근래 학생들이 알아봐 주면 가슴이 뛰고, 마치 20년 전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만 3~4시간만 자는 등 육체적으로는 고달프지만 혼란했던 마음을 이제 슬슬 잡아가는 상태라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 영철버거라는 브랜드가 캠퍼스 위치를 막론하고 안암동에서만큼은 맥도날드나 버거킹에 못지않은 인지력 있는 브랜드가 아닌가. 그래서라도 지금이야말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현재 이 자리에 있기까지 파란만장했는데.

이러한 스토리는 정말 지어내려고 해도 못 할 것 같다. 이전에 노점상으로 장사할 때 “공부는 교수님한테 배우고, 인생은 아저씨한테 배웠다”는 말을 들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어떤 손님은 고려대학교 교수로 돌아오기도 했다. 결국 쌓인 에피소드며 경험에서 배운 결론은 나도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멘토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가게 앞을 지나갈 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도 다시금 열심히 사는 모습을 봐 달라. 청춘이라고 생각이 없겠느냐마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 쪽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 장사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는가.

패착했을 때다. 영철버거로서는 패착이 아니었지만 내 본연의 잘못으로 가게를 사랑해주는 학생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자녀들보다 어린 학생들이 오천 원, 만 원씩 모아서 다시 내게 기회를 줬다는 것이 고맙고도 힘들었던 부분이다. 그간 학생들을 많이 걱정시켰던 경험을 담아 ‘해낼 수 있다.’,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돈 워리 버거’를 만들기도 했었다. 잊지 못할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도 점심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인데, 더욱 바빠질 듯하다. 고파스 운영진과 함께 이벤트를 기획하는 중이다. 2시 이후에 진행하여 정경대학에서도 올 수 있게 하려 한다. 또한 아직은 계획 단계지만 내년에, 과거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던 정경대학 학생들과 장사 20주년을 맞이해 큰 행사를 한 번 개최해보고도 싶다. 고대생이 만들어준 ‘영철버거’의 역사가 생소할 새내기에게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들이 만들어준 이 브랜드가 머지않아 큰 결과를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스토리텔링이 강한 기업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철버거는 하염없이 학생들과 더불어 살 것이다. 이전까지 몇 차례 가게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전부 거절했다. 은퇴가 가까워지면 어쩔 수 없지만 좋은 기업에 이 브랜드를 M&A하고, 모아온 돈으로 학교에 ‘영철 라운지’ 하나 짓는 게 꿈이다.

– 영철버거가 고대생에게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는가.

있는 그대로 순수하고 편한 ‘영철버거’ 모습 자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편하게 ‘아저씨’라 불러 달라. 예전에는 학생들이 다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사장님’이라고 하니 좀 속상하다. 마찬가지로 영철버거를 언제든지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원래 가게의 영업시간은 새벽 두 시까지지만, 어지간히 힘들지 않고서는 늦게 오는 학생들을 그냥 내보내지 않는다. 단골들은 마무리 작업을 하는 동안 술을 마저 마시게 둔 적도 많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적어 뒀다. 그 말을 똑같이 전하고 싶다. 나를 웃고 기쁘고 즐겁게 해준 것도 모두 학생들이다. 자만하지 않고, 기만하지도 않겠다. 때로는 친구, 때로는 스승처럼 맞춰가며 오래도록 학생들과 동행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조수현·박지우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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