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인물] 한국이민학회 회장 윤인진 교수

10월 5일은 세계 한인의 날로, 재외동포의 권익과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양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에 The HOANS는 한국이민학회의 회장이자 본교 사회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윤인진 교수를 만났다. 10월의 인물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 The HOANS 독자에게 간단한 인사 부탁드린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한국이민학회 제8대 회장을 맡은 윤인진이다. 한국이민학회는 이민과 다문화 연구 등에 힘쓰는 연구자의 모임으로 2007년에 설립돼 한국에서 이민 연구와 관련해서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학회다. 개인적으로는 ▲국제 이주 ▲다문화 사회 ▲사회심리학 ▲사회 갈등을 연구 중이다.

 

– ‘이주와 이민자’를 연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1985년에 한국을 비롯한 당시 개발도상국의 도시 문제를 연구하러 시카고대로 유학을 갔다. 막상 가보니 미국에서 연구하는 도시 문제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미국의 도시 문제, 즉 흑백 분리나 이민자 등의 인종 관련 분야에 집중돼있었다. 그 환경에 영향을 받아 미국 이민자의 사회 적응 문제와 한인-흑인 간의 인종 갈등을 주제로 석박사 학위 논문 연구를 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 캠퍼스(UCSB)에서는 아시안-아메리칸에 대해서도 탐구했다. 1995년에 고려대로 오면서 재외한인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비교 연구를 비롯해 국내 이민자와 소수자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 현재 세계 곳곳의 재외동포 지위는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재외동포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의 재외동포 수는 75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큰 규모인 만큼 재외동포의 지위는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처럼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추구하는 서구 선진 국가에서는 재외동포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다. 반면 일본처럼 상대적으로 이주민에게 배타적인 나라에서는 지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인들이 거주국 내에서 밑바닥층을 형성하는 경우는 드물고, 최소한 중산층 정도의 경제적 지위를 누린다.

 

– 최근 <미나리>. <파친코> 등 재외동포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해외 시장에서 굉장히 주목받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호응을 얻고 있는 미국이나 서구 국가들은 이민 국가로 이민자 집단이 세대에 걸쳐 주류 민족이 된 국가이다. 모든 이민자는 이주 초반에 많은 차별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이민자 집단은 어떠한 역경이라도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 가족애, 신앙심 등을 가지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미 주류가 돼버린 이들은 이러한 가치를 점차 상실했다가, 한인이라는 새로운 이민자의 상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가치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즉, 서구 사회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때 한인이라는 새로운 이민자가 그 가치들을 갖고 있음을 알아차리면서 느끼는 향수, 이를테면 <미나리>, <파친코> 등의 작품에 그들의 과거를 다시 연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해석한다.

 

–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재외동포의 ‘한민족의 정체성’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외교부 연구과제로 ‘재외동포 사회의 현황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데, 조사에서 공통점이 나타난다. 한류 열풍이 재외동포 1세뿐만 아니라 2세, 3세에게까지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높인다는 점이다. 또한 그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과거와 달리 자랑스럽게 드러내려고 한다. ‘It is cool to be Korean’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 재외동포의 지위 신장 및 보장을 위해 개인이나 국가가 지녀야 할 자세는.

재외동포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짐으로써 외부의 편견이나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또한 한인 정체성과 한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과 거주국 간 교량 역할을 하는 식이다. 재외동포는 거주국 국민이라 한국 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 문화적 지원, 즉 재외동포가 한국어 학습이나 문화교류를 희망할 때 지원하는 정도가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 그렇다면 본교 학생을 포함한 한국에 있는 국민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한국 내의 국민들은 재외동포의 역사나 처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적다. 그 이유는 교육과정에서 배울 기회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토 인식을 넓혀 ‘Korean이 사는 모든 곳이 대한민국의 문화 영토’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재외동포의 역사도 한국사의 일부며, 재외동포의 문학 등도 한국의 문화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나치게 한반도에 좁혀서 생각해온 역사와 문화예술을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역지사지의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한인이 헤이트스피치를 당하거나 미국에서 반아시아 정서로 인해 한인이 증오범죄의 희생자가 되면 우리는 분노한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의 이민자나 소수자에게 행하는 차별은 없는가’, ‘우리가 그들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성찰했으면 좋겠다. 재외동포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한국에 사는 이민자들에게 좀 더 관대함을 가지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 기사를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대사회를 이주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만큼 이주가 일상이다. 이주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개념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과 같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만드는 더 큰 대한민국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

*디아스포라: 특정 민족이 자의‧타의에 의해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위키백과)

 

정채빈·권예진·정지윤 기자
jcbid102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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