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인물]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지난 9월 말, 서창록 본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 위원으로 선출됐다. 국제 사회에서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활약할 서 교수를 The HOANS에서 만나봤다.

 

– 본교 학생들에게 간단히 인사 부탁드린다.

고려대학교 국제학부와 국제대학원에서 25년째 재직 중인 서창록 교수다. 4년동안 고려대학교 인권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2010년부터 휴먼아시아 대표를 맡아 시민사회 인권 활동을 해왔고, 2014년부터 6년간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올해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으로 당선돼 내년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 한국인 최초로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유엔은 크게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참여하는 총회 산하의 유엔 인권이사회다. 인권이사회의 결정은 헌장에 기반한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를 필두로 한 9개의 조약기구다. 위원회에는 각국이 조약에 서명하고 국회의 인준까지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참여가 자의적인 만큼 인권이사회에서보다 훨씬 더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에는 173개국이 가입해 있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의 핵심 업무는 회원국 173개국이 인권규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일이다. 또한 회원국의 개인이나 단체가 인권 침해를 당했으나 국가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개인 진정’ 제도를 운용한다. 진정서가 접수되면 권리위원회는 심사를 거쳐 해당 국가에 시정을 요청하거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다. 시민단체에서 오랜 기간 진정서를 제출해왔고, 이에 권리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한국에 시정을 요구한 끝에 최근 대법원에서 새로운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권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96년도에 본교 교수가 되고 나서 대규모 탈북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때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듣고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면서 인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를 거듭하며 인권 운동은 비정치적이고 포괄적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느꼈고, 이에 2006년 아시아 지역의 인권을 폭넓게 다루는 ‘휴먼아시아’ 단체를 출범했다.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이 아시아에 있음에도 사실상 관심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 안타까워 오랫동안 인식 개선 활동과 구제 활동을 진행해왔다. 한 인권이 증가하면 다른 인권도 상호의존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난민· 이주자 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인 인권 보호 체계를 구축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 또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 본교에서는 제 1·2대 인권센터장을 역임했다. 인권센터 개설로 이루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는지.

인권센터의 근본적인 목표는 학교 내에 인권 친화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른바 인권의 ‘정답’은 바뀌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인권 침해로 여겨지지 않았던 사안이 지금은 당연히 인권 침해인 경우도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인권 감수성을 양성해야 인권 친화적인 문화 역시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학생과 교수가 많은 대화를 하며 인권에 관한 하나의 지침, 정답은 아닐지언정 정답에 가까운 지침을 만들어 학내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를 기대했다. 당시에는 다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으나,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앞으로는 본교의 다양한 인권동아리와 연계해 인권 지침을 만들고 인권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본교 인권센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주목해야 할 인권 이슈가 있다면.

코로나19 검사 대상을 정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상당히 침해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야 건강권, 생명권 등 중요한 인권을 챙길 수 있어 어느 것이 더 중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불필요한 개인정보 공개, 지나친 사생활 침해 등이 행해지고 있음은 현실에서 분명하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의 방역 수칙은 메르스를 겪으면서 제정한 감염예방법에 근거하는데, 당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몹시 부족했다. 초반에는 개인의 성별, 나이, 직업을 전부 공개하기도 할 정도였다. 지금은 나이와 성별만을 공개하긴 하지만 사실 이런 정보는 방역에 필요가 없다. 특히 지난 5월 이태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통신사에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정보를 요청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통신사가 보유한 개인정보가 이름과 전화번호에 한정되지 않음에도 심각한 논의 없이 자료를 넘겨줬고,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디지털기술과 인권이라는 미래 인권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유엔 인권기구의 개혁을 눈여겨보고 있다. 현재의 인권기구들이 2차 세계대전 직후 만들어진 기구들이다 보니 지나치게 분절돼 있어 새로운 인권 문제를 다루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인권 메커니즘의 개혁을 통해 미래 인권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예전에 비해 국제기구에 진출할 기회가 많이 열려 있는데도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학생들이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꿈을 많이 접는 추세인 듯하다. 예컨대 국제기구에 꿈을 안고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돌아와도 이런 경험을 살려 사회에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젊음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지 않아 학생들이 도전을 꺼린다는 사실을 십분 이해한다. 그렇지만 젊은 학생들이 ‘global public mind’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시야를 좁히기보다 글로벌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자세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관심을 둔다면 분명히 변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김원겸·민건홍·조수현 기자
202015007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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