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의 ‘사과’, 누굴 위한 사과인가

지난달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전두환의 정치행보를 찬양하며 호남 지역 또한 이것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물론 여야 모두 전두환이 문민통치와 헌법을 훼손하는 등 민주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것, 그리고 당시 제일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 호남인 것과 같은 해당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윤 후보에게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사과 직후 ‘사과는 개나 주라지’로 이해될 가능성이 농후한 사과를 개에게 주는 사진을 인스타에 게시해 국민에 대한 노골적인 비아냥을 선보이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에 국민의 공분이 커졌음에도 윤 후보 측에서는 단순 말단 실무자의 실수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29일 대선후보 출마선언에서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민통치와 헌법을 훼손하고 자국 시민들에게 부정의한 무력을 남용한 독재자에 대한 미화는 윤 후보 스스로가 언급한 법치, 공정,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뿐더러 민주국가의 대선 후보가 할 발언으로도 심히 적절치 않다. 더불어 윤 후보가 주창한 그 가치들의 지향점이 명백히 국민을 향해 있지 않다면,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법치이며, 공정이고, 자유민주주의인지를.

인간은 살면서 과오를 저지른다. 그리고 과오 중에는 평생 사과로도 해소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한다. 이는 사과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사과받는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속죄일 뿐이다. 윤 후보가 진정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군림하는 군주가 아닌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다면 그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을 위한 진실한 사과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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