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NSCOPE: 다시금 금지된 공매도

지난달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됩니다. 김주현 금융감독원장은 브리핑에서 “공매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졌다”며 공매도 금지 정책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공매도를 금지한 후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와 개인투자자 접근 활성화 등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공매도가 무엇인지 ▲공매도가 금융시장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The HOANS에서 공매도의 개념과 장단점을 파악한 후 이번 공매도 금지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파악해 봤습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공매도(空賣渡)는 한자 뜻 그대로 ‘없는 것을 파는 행위’입니다. 자세히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린 후 매도합니다. 이 과정에는 증권회사가 개입하며 그 대가로 투자자는 증권회사에 일정수수료를 지급합니다. 이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주식을 하락한 가격에 매입해 빌린 주식을 상환한다면 차익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손해가 발생합니다.

이해를 위해 예시를 가져오겠습니다. 우선 가상의 기업 (주)참새방앗간의 주가를 1만 원이라고 합시다. 여기에는 (주)참새방앗간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자 K씨가 있습니다. K씨는 이 기업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했습니다. 그렇다면 K씨의 수중에는 현금 1만 원이 있는 겁니다. 이후 실제로 주가가 5,000원으로 하락한다면 어떨까요? 이때 K씨는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5,000원에 (주)참새방앗간 주식을 매입해 상환합니다. 그 결과 5,000원의 차익이 생깁니다. 반대로 주가가 1만 5천 원이 된다면 K씨는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5천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렇게 주가가 하락했을 때 이익을 얻는 거래 방식이 공매도입니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 형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르는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이에 따라 위에서 설명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 방법인 ‘차입공매도’는 허용되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공매도’는 불법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매도하는 등의 시장 교란 행위와 주식이 결제되지 않는 문제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하락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거래 방법이기에 공매도는 ▲주식 ▲채권 ▲가상자산 등 금융시장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장단점이 명확한데, 다음 장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매도의 장단점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얻는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증가시킵니다. 주식의 가격인 주가는 매수와 매도의 균형으로 형성됩니다. 주식 매수 의견은 주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에 반영되는 반면 매도 의견은 주식을 가진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의견은 주식시장에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시장 형태는 주가가 기업의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받는 ‘거품 경제 현상’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공매도는 주식을 갖지 않은 투자자의 주가 하락 의견을 반영해 거품 현상을 방지합니다. 덕분에 매수 의견과 매도 의견이 동등하게 반영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공매도는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공매도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회사의 부실 경영과 회계 조작 등을 밝힌 후,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경우 수익 창출이 가능합니다. 투자자들이 금융당국 외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 겁니다. 2008년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예견한 것도 공매도 투자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매도의 단점은 명확합니다. 현재 공매도의 참여 주체는 ▲외국인 80% ▲기관투자자 19% ▲개인 1%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공매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보와 자금력에 있어서 개인과 비교해 압도적인 지위에 있습니다. 조건도 매우 다릅니다. 개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은 90일로 제한되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사실상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도 개인보다 낮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난 9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현재 국내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정보력과 자금력, 매매 기술력 등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아주 손쉽게 개인투자자 재산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수 투자자가 운용하는 일부 사모펀드와 외국계 투자은행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검증되지 않은 루머, 불리한 사실 등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거나 내부자 정부를 이용한 공매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에 공매도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갑작스럽게 금지된 공매도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대상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입니다. 정부 브리핑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에서 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공매도를 금지한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국가 비상사태나 금융 위기 같은 심각한 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에 의해 갑작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많은 개인이 투자했던 ‘이차전지 관련 주식’의 주가가 공매도 세력으로 인해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불만이 고조됐고, 이에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의 주가 부양 효과가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6일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의 수가 2배 이상 늘어났고 목표 주가 하양 보고서도 42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시에서도 금지 첫날 코스피 5.66%·코스닥 7.34%로 크게 반등했지만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눈에 띄는 주가 상승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한국 증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펀드와 기관 대다수는 매수와 공매도를 조합한 시장 중립적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데, 공매도 금지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막연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떠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불룸버그는 “국제사회는 한국 증시에서는 언제든 공매도가 예고 없이 금지될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모두에게 유리한 공매도가 되려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기간이나 차입 조건 등 기관과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공매도 차별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공매도에 대한 개선이 어떻게 이뤄질지, 향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인형진·김지현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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