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반려동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국 약 312만 9천 가구에 이르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반려동물 시장이 2015년 1조 8,994억여 원에서 2021년 3조 7,694억여 원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하는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문화는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반려동물 대우와 직결되는 파양·유기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파양이나 유기가 빈발할 경우 반려동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생활에 열악한 환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배우 박은석 씨 및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 유명인의 반려동물 파양 의혹이 확산함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파양의 현주소는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발표한 ‘2021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 중 26.1%가량이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동물자유연대의 유기·유실 동물보고서는 2021년 유기·유실 동물 발생 건수 11만 6,984건, 2020년 유기 건수는 12만 8,717건으로 발표했다. 유기되거나 파양돼 고통받는 반려동물의 수가 2년 연속 십만 마리가 넘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유기·파양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꼽힌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로 애완동물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보급되는 등 과거와 비교하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나 동물을 단순한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여전히 일부 존재한다는 것이다. 농림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건 훼손·짖음 등 동물 행동 문제로 인한 파양·유기가 약 27.8%로 1위에 올랐으며 예상보다 높은 지출이 2번째 이유였다. 이밖에도 반려동물이 질병 혹은 사고를 당해 더 이상 정상적으로 기르기가 어려워질 때도 적지 않은 수가 파양을 고려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아직 많은 보호자가 신중한 고민 없이 반려동물 양육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파양의 통로로 지목된 펫샵

 

이렇듯 반려동물 파양 사례가 증가 추세에 놓인 가운데 파양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고자 유기 동물보호소로 위장한 펫샵이 우후죽순 생겨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업소들은 ‘보호소’의 긍정적인 인식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 누군가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까지 ‘돌봐 준다’는 인상을 주고 이를 명목으로 거액의 비용을 청구하는 식이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유기 동물의 입소 후 10일 내 새로운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기 때문에 거액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들이 차선책으로 펫샵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들 보호소가 비용을 청구하는 사유와는 달리 실제로는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방치하고 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애견 호텔처럼 돈을 주고 맡긴다는 일종의 심리적 면죄부를 제공해 파양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와 같은 펫샵의 행태를 법규상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명목상으로는 반려동물의 보호와 정착을 위해 보호비와 분양비를 청구하는 식이기 때문에 동물 매매행위로 인정되지 않아 동물보호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펫샵이 법의 제지 없이 보호비 빛 분양비로 이익만 얻어낼 뿐 동물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동물 학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파양 문제가 심각해진 데는 직접 파양의 매개 역할을 하는 ‘보호소’ 위장 펫샵 뿐만 아니라 대중의 상업적 욕구에 맞춰 기형적으로 성장한 반려동물 산업 자체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펫샵의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의 반려동물 유행에 발맞춰 무분별하게 새로운 동물을 유통·과잉 공급해 사실상 파양을 종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펫샵의 동물 생산이 강아지 공장, 고양이 공장으로 불리는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이뤄진다는 점 또한 동물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동물권 침해라 할 수 있다. 동물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만이 파양·유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동물권 보호를 위한 구조적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파양과 유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유기 동물보호소가 위기 상황에 놓인 동물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정된 재정과 공간으로 보살필 수 있는 동물의 수는 한정돼있다. 그 결과 구조됐더라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안락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보호소에서는 입양과 더불어 일정 기간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임시 보호를 장려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새로운 가족을 찾기 전까지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함이다. 지난달 울진 산불 당시 동물은 규정상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어 임시 보호를 통해 수많은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보호받은 바 있다.

반려동물 학대와 파양·유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거 법령도 마련됐다. 동물보호법은 지난 2020년 제정됐고 지난해 2월 한차례 개정됐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유기 시 부과하던 최대 3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이 벌금형으로 수정됐다. 형사 처벌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유기된 동물들은 총 11만 7,046건에 달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벌금형에서 멈추는 형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과 몰래 행해지는 유기를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반려동물 입양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앞선 농림부의 조사에 따르면 단순히 동물이 좋아서 반려동물을 양육하게 됐다는 응답이 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에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인식이 보호자들에게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치권도 이러한 기조에 반응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강아지 공장 근절 등 동물보호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검찰도 외부 사례 등을 참고해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새로운 처벌 기준을 확립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현 동물보호제도를 개선할 정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파양 방지를 위한 해외 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가 훨씬 일찍 정착한 국가들은 유기, 파양을 막기 위해 참고할 만한 제도들을 시행 중이다. 동물권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해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은 펫샵과 같은 형태의 유통을 불허하며 보호소, 전문 사육사를 통한 입양만 허용한다. 반려동물 입양 절차에도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독일 니더작센주는 2013년부터 반려견 면허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만 입양 자격을 부여한다. 반려견 면허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구분돼 있으며 필기에서는 70% 이상의 정답률을 기록해야 한다. 실기에서는 일상생활 속 강아지의 돌발행동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 등이 평가항목에 포함된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입양 희망자가 적절한 양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경제적·시간적 여유는 있는지 꼼꼼한 심사를 거친다. 반려동물 분양에 대한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도 필요로 한다.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반려동물을 쉽게 매매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 반려동물 파양 방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펫샵을 통한 동물 분양을 금지하고 유기 동물만을 입양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10월 스페인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반려동물을 입양하게 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반려동물 매매를 금지하는 등 동물보호와 권리에 관한 강력한 법 제정을 예고했다.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꾸준히 개선됐으나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 동물보호법이 존재하지만 아직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반려동물이 많다. 그렇기에 반려동물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또한 단순히 법 제도 정비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을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보호자의 인식 개선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제도와 보호자의 인식 개선이 반려동물들의 파양과 학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서영·신재용·이정윤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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