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

본교 속 외국인 유학생

국내에서 수학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본교 캠퍼스 내에서도 쉽게 외국인 유학생을 만나볼 수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고등교육기관 대학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본교에 5,194명의 유학생이 입학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2,833명(54.5%) ▲미국 327명(6.2%) ▲몽골 226명(4.3%) 순으로 많은 유학생을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교는 ▲교환학생 ▲외국인 특별전형(정원 외) ▲KGSP(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입학 등의 제도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활발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본교는 과거 ‘민족고대’라는 수식어에서 탈피하고 세계인과 함께 나누는 고대정신을 표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반영하는 국제화 지수를 상승시키며 각종 대학평가 순위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대표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항목에 국제화 지표를 포함해 각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3주기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도입해 “외국인 유학생의 양적 확대에 발을 맞춰 질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 관리 전반을 평가하고 인증대학은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국제화 관련 정책 및 사업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함에 따라 대학은 더욱 글로벌화를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또 올라가는 외국인 등록금

외국인 유학생 수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2018, 2019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외국인 학부생의 수업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아 눈길이 쏠렸다. 등심위는 ▲학생위원 6인 ▲교직원위원 6인 ▲관련 분야 전문가 1인 등으로 구성되며 매년 1월 개최되는 회의체다. 지난 1월 7일부터 20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열린 등심위는 국내 학부생 입학금 16% 인하 및 수업료 동결안, 외국인 학부생 등록금 책정 수정안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중 외국인 신입생의 입학금을 국내 학부생과 같이 16% 인하하는 한편 외국인 신입생 및 재학생의 수업료를 5% 인상하는 방침이 화두에 올랐다. 2020년을 기준으로 본교 학부생이 부담하는 학기당 등록금은 ▲국내 인문·사회계열 356만 원 ▲국내 이학·체육계열 420만 원 ▲국내 공학계열 484만 원 ▲외국인 인문·사회계열 390만 원 ▲외국인 이학·공학계열 450만 원이다.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외국인 학생이 내국인 학생 대비 10%가량의 금액을 더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상안이 제기된 것이다.

학교는 외국인 학생으로 인해 다양한 고정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외국인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글로벌서비스센터를 비롯해 2018학년도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에 따라 신설된 국제처와 같은 기구의 운영비용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이에 더해 ▲교양교육원의 한국어 집중교육 ▲학생상담센터의 외국인학생상담 ▲글로벌서비스센터의 멘토링 프로그램과 같이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교양 교육의 개편 또한 교직원위원이 제시한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의 이유다.

반대로 학생 측은 학교에서 인상의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지적했다. 분명한 근거나 자료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등록금 문제 공동대응 특별위원회(이하 등특위)는 이번 등심위에서 학교가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사용하기로 약속한 법인전입금을 건축기금으로 사용할 것임을 뒤늦게 전달한 것을 예시로, 외국인 등록금을 외국인 학생들의 각종 편의를 위해 쓰겠다는 것 또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 외국인 학부생 대상 사업의 효용성을 먼저 검토한 뒤 인상안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달 등특위에서 실시한 ‘3년 연속 외국인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 의견 설문’을 제외하면 직접 외국인 학생 대상 사업을 평가하고 의견을 전달할 창구는 없었다. 기나긴 회의 끝에 결국 등심위는 외국인 학부생의 수업료를 3.8% 인상하는 것을 의결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말하는 등록금 인상의 실효성

본지가 인터뷰한 외국인 학부생 역시 사업에 대한 수요나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제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마이클 찬드라(경제 18) 씨는 “한쪽의 의견을 먼저 듣지도 않은 사태에서 외국인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개편 및 등록금 인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실질적인 수요도, 시행 효과도 확인되지 않은 사업을 위해 등록금을 지속해서 인상하고 학부생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학교 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밝혔다. 현재까지 총학생회장단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내국인 학부생으로 구성돼왔기에 외국인 학부생의 의견을 대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외국인 학생의 의사를 결집해 학교 본부 및 내국인 학생 대표와 교류할 단체가 부재해 상황은 계속 고착되고 있다.

거둬들인 등록금으로 외국인 학생을 보다 고려한다면 내국인 학생과 동등한, 최소 유사한 환경에서 학습 및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조이스(정외 19) 씨는 “외국인 학생을 위해 학교가 처리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언어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학점을 중시하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영어 강의는 압도적으로 적게 개설한다면 외국인 학생이 공평한 위치에서 경쟁 및 학습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찬드라 씨는 영어 강의뿐 아니라 외국인 학생도 참여 가능한 동아리 및 대외활동, 인턴십 프로그램이 증가해야 한다며 “강의 외적으로 학습하고 경험할 기회마저 없는 외국인 학생은 결국 원하지 않아도 내국인 학생보다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외국인 장학금은?

한편, 외국인 재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본교는 면학장학금과 성적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면학장학금은 가계가 곤란한 학생들에게 신청 다음 학기 수업료의 50%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형태이다. 성적장학금은 다시 성적우수장학금과 성적향상장학금으로 나뉜다. 성적우수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신청 다음 학기의 수업료 전액을 학교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각 단과대별로 성적 우수자를 선정하여 지급한다. 성적향상장학금은 직전 학기의 성적이 그 이전 학기의 성적에 비해 향상된 학생을 선발해 신청 다음 학기 수업료의 50%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면학장학금의 경우, 일부 내국인 재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 제도라 큰 잡음이 없다. 그러나 성적장학금은 내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2016학년도부터 폐지된 상태기 때문에 역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즉, 외국인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글로벌서비스센터 교직원 A 씨는 “해외에서 외국어로 수학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의 학업 동기부여 및 증진을 위해서”라며 외국인 학생에게는 성적장학금을 계속 지급하는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염재호 전 총장이 공식적으로 폐지한 성적장학금을 외국인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근거로 외국인에게 장학금을 ‘퍼준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한 해간 본교가 외국인 전형으로 재학한 유학생을 대상으로 지급한 장학금은 약 14억이다. 이는 교내에서 지급된 장학금 총액의 4%에 불과하며 본교 전체 재학생 1인당 장학금이 약 320만 원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구체적인 수혜 인원과 금액을 묻는 말에 A 씨는 “내부적 사정이고, 학기마다 다르게 산정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외국인 장학금 실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비록 외국인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료 인상은 확정됐으나 합의 과정에서 학교는 대신에 외국인 장학금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나날이 인상되는 등록금에 걸맞은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납득할 만한 장학금액을 지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타당한 재정 운용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조수현·김민지·김윤진·박찬웅·박효정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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