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재부상하는 원전, 과연 확대돼야 할까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확대를 공식화했다. 특히 올해는 에너지 대란과 기후 위기가 겹치면서 원전 확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The HOANS에서 해당 논쟁을 찬성 측과 반대 측 입장에서 소상하게 다뤄봤다.

 

원전 확대가 필요한 때

원전이 필요한 때다. 문재인 정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탈원전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한국의 탈원전 노선을 재고할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전쟁과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환경 ▲경제 ▲안보 측면에서 원전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의 요지는 원전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유럽연합은 원전을 녹색 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친환경적 에너지로 분류했다. 원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로만 수요를 충당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원전의 발전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kWh(킬로와트시)당 5.1g으로 ▲수력 11g ▲풍력 12~14g ▲태양광 11~37g 등 재생에너지보다도 적다.

무엇보다도 원전이 없다면 화석 연료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세계 각국은 원전 재가동으로 방침을 바꾸는 추세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정부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국무총리 산하 조직을 신설해 관련 업무를 진행토록 할 예정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원전 확대 정책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크다. 먼저 경제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계 원전 시장은 2030년 최대 940조 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킬로와트)당 3,717달러로 ▲미국(1만 1,638달러) ▲러시아(5,271달러) ▲중국(4,634달러) 등의 국가보다 경제성이 높아 정책 지원을 통한 수출 확대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정부가 시행한 무리한 탈원전은 원전 생태계에 타격을 입히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특히 원자력 산업은 많은 부품이 필요한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라 중소기업, 협력업체 종사자가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는다. 따라서 원전 확대는 관련 산업 회복을 위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원전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부각되는 에너지 안보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화석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초래됐고, ‘에너지 전쟁’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에너지의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상황이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만은 부족하다. 따라서 무분별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보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 사용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해 기후 위기와 에너지 대란에 동시에 대응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탈원전 정책은 원전이 가진 다양한 이점을 간과했을 뿐만 아니라 시행 이후에 원전 생태계가 입은 타격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고 충분히 고민하는 세심한 원전 확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실한 원전 확대 정책

최근 기후 변화가 가속하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만큼 친환경적 에너지 대책은 각국에 중대하게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원전 확대 방침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다. 원전을 확대하자는 논리에는 몇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

먼저 원전 산업은 기후 변화 대응책으로 채택되기 부적절하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책정했고 현 정부는 원전 확대를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의 탄소 정책을 총괄하는 탄소중립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는 계속 공석으로 남아있고 지난 7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산업 부문 감축량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원전 확대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기존의 약속과 상충한다. 또한 정부는 원전 산업 고도화로 인해 발생할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아가 원전 확대 정책은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없는 근시안적 정책에 불과하다. 국내 원전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원전 해외 수출은 외부 환경 의존도가 높아 막대한 이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수출은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 ▲수입국 사정과 조건 ▲수출 경쟁국의 경쟁력 ▲금융 조달 위험성 관리 등 여러 조건이 충분히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부 환경을 헤아렸을 때는 오히려 원전보다 친환경적 재생에너지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 7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활발히 지원하는 ‘인플레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5%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선진국 중심의 재생에너지 시장에 투자하는 방식으로도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계의 추세에 역행하여 도리어 원전을 확대·수출하는 기조는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국내 원전이 국제 안전 규정을 충족할지도 의문이다. 유럽연합은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고 장려하면서도 사고저항성 핵연료 기술 적용과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마련 계획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 두 조건 모두 실현하기 어려운 처지다. 새 핵연료를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이 소모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시설도 1983년 이후 9차례 모두 부지 선정에 실패했다. 정부에서 폐기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더라도 부지 선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여러 난항이 있을 예정이다.

이처럼 원전 확대 방침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기후 변화 대응책으로 적절하다는 주장은 몇몇 사실을 간과한다. 나아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구체적인 방안 없이 무작정 원전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단순한 정치적 반대로 비칠 수 있다. 세계의 추세에 맞춰 ▲환경 ▲경제 ▲안전 측면에서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이정윤·유성규·정지윤 기자
justinmanu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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